[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그냥 감기겠지.”
동남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열과 몸살을 단순한 피로로 넘기려 했던 B씨. 그러나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뎅기열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작은 방심이 귀국 후 일상을 뒤흔든 순간이었다.
팬데믹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세계로 떠난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소를 고르고, 설렘을 안고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는 보이지 않는 동행자가 있다. 바로 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KDCA)은 “해외여행은 감염병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며, 여행자 스스로가 방역의 첫 관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여행 전, 건강 준비는 필수
여권과 짐만 챙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방문국가의 감염병 발생 현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황열, A형 간염,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은 여전히 전 세계 일부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예방접종증명서 없이는 입국 자체가 제한된다. 예방접종은 출국 최소 2주 전 완료해야 면역 형성이 가능하다. 여행 일정보다 먼저 건강 일정을 우선으로 계획해야 하는 이유다.
◇ 여행 중, 위생과 방역이 곧 생존
손 씻기, 안전한 식수 섭취, 익힌 음식 위주 식사는 기본이다. 모기나 진드기를 통해 전파되는 질병은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흔하다. 긴 옷과 기피제를 사용하면 말라리아나 뎅기열을 예방할 수 있다. 야생동물과의 접촉은 광견병, 조류독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행자 보험을 활용해 현지 의료기관과 연결될 수 있는 대비책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 귀국 후, 방심은 금물
해외여행 후 나타나는 발열, 설사, 피부 발진, 기침 등 증상은 단순 피로가 아닐 수 있다. 일부 감염병은 잠복기가 길어 귀국 후 수일에서 수주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여행 이력 제공이다. 의료진이 초기 진단과 치료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열쇠가 된다. 질병관리청은 귀국 후 3주간 자가 모니터링을 권장하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1339 콜센터 또는 보건소 신고를 당부한다.
해외여행은 더 이상 단순한 휴식이나 탐험이 아니다.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공동체 안전까지 책임지는 행동이 돼야 한다. 감염병은 국경을 넘어 퍼지고, 방심은 바이러스의 가장 쉬운 통로가 된다. 한 사람의 선택이 수많은 사람의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