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사파는 베트남 북서부 라오까이 지방의 산악 마을이다. 해발 약 1500 미터 고지대에 자리해 여타 베트남 지역과는 사뭇 다른 기후와 풍경을 지닌다. 계단식 논과 안개 낀 산자락, 소수민족의 삶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국제 관광객의 이목을 끄는 이유다. 최근 사파는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산악 여행지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여행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파의 지형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이어진 계단식 논의 물결로 대표된다. 거대한 고산 계곡을 따라 형성된 무엉호아 계단식 논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녹음이 가득한 초록빛, 황금빛 수확의 계절, 그리고 물이 고인 반사면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자연이 인간과 함께 빚어낸 작품과 같다. 트레킹 코스는 깟깟(Cat Cat), 라오짜이(Lao Chai), 타반(Ta Van) 등의 마을로 이어지며, 각 포인트에서 다른 장면을 보여 준다.
사파는 자연 풍경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곳은 여러 소수민족 공동체의 생활이 여전히 이어지는 장소다. 몽(Hmong), 다오(Dao), 타이(Tay) 등 다양한 부족의 전통이 마을 곳곳에 남아 있으며, 지역 시장과 축제, 주간 ‘러브 마켓’ 등은 이들의 독자적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시장에서는 전통 의상과 수공예품이 거래되며, 방문객은 여정 속에서 현지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사파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존재는 베트남을 넘어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판시판 산이다. 해발 3143 미터의 이 산은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이 정상 정복을 목표로 삼는다. 전통적으로는 수일에 걸친 트레킹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구름 위의 장대한 전경을 보다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정상을 향하는 길은 마치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시험하는 듯한 풍경의 연속이다.
이러한 자연과 문화의 융합은 사파의 계절 변화 속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봄에는 고산의 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풍성한 녹음 속에서 트레킹이 흘러간다. 가을에는 황금빛 논과 풍성한 수확의 소리가 산자락을 울리며, 겨울에는 때때로 눈이 내리기도 한다. 각 계절은 서로 다른 이야기와 감각을 선사한다.
사파 중심부의 작은 도시 풍경도 여정의 일부다. 고산 지역의 작은 광장과 시장, 고딕 양식 교회 등은 산악 여행의 감각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이곳의 음식과 카페, 소규모 숙박시설은 방문자가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홈스테이에서 머물며 안개 낀 아침 풍경을 맞이하는 경험은 사파를 가슴에 남는 장소로 만든다.
그러나 사파에 대한 모든 기대가 순수한 풍경 경험으로만 귀결되지는 않는다. 주요 관광 지역에서는 상업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면도 있으며, 도시 중심부와 외곽 자연 지역 사이에서 관광객 간 경험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여행자가 사파에서 자연과 문화를 어떻게 접하고자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한다.
사파는 ‘산골 마을’이라는 평면적인 이미지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다층적 장소다. 계단식 논의 물결과 소수민족의 삶, 그리고 고산의 웅장함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여행자를 자연으로 인도하는 동시에 문화적 질문으로 이끈다. 그래서 사파를 찾는 일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자신이 관계 맺는 방식을 다시 쓰는 경험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