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캄보디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22세의 젊은이는 해외 취업의 꿈을 안고 떠났지만, 납치와 폭행 끝에 생을 마감했다.
현지 경찰은 중국 국적 용의자 3명을 체포하고 ‘살인 및 기술을 이용한 사기’ 혐의로 기소했으며, 한국 외교부는 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사건 발생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번 사건이 드러낸 구조적 위험을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운이나 단발적 범죄가 아니다. 청년층을 겨냥한 해외 취업 사기, 인신매매형 노동 유인, 국가 간 법집행의 사각지대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다. 피해자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불확실한 취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됐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는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에서 폭행 흔적이 남은 채 발견됐다. 가족에게는 “아들이 구금됐다. 돈을 보내면 풀어주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현지 당국은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로 발표했지만, 고문과 폭행 정황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선 국제 범죄 구조가 드러난다.
한국 정부는 사건 직후 캄보디아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하고, 영사 조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대응 체계는 여전히 느리고 분절적이다. 피해 발생 이후에야 공조가 시작됐으며, 사전 예방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한국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해외 취업과 여행을 둘러싼 구조적 취약성도 심각하다. 온라인 구직 플랫폼에는 여전히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해외 연수 보장’ 등 검증되지 않은 광고가 난무하며, 피해자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런 허점을 악용한 범죄 조직이 청년층을 노린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경고다.
여행업계에도 직격탄이 떨어졌다. 일부 여행사는 캄보디아 관련 상품을 잠정 중단했으며, SNS와 커뮤니티에는 “동남아는 위험하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제도적 안전망의 부재다. 해외여행과 해외 취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 개인의 주의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는 해외 취업과 연계된 사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구인·구직 사이트 등록제 도입, 외교부·경찰청·고용노동부 공동 ‘해외 취업 위험정보 시스템’ 구축, 현지 공관 인력 확충과 긴급 대응 체계 마련 등 실효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묻는다. 청년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찾는 현실 속에서, 국가는 그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단순히 “스스로 조심하라”는 경고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한 젊은이의 죽음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해외라는 공간에서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함께 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약속이며,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