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유럽은 멀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최소 한 번, 길게는 두 번의 환승을 거쳐야 닿는 동남유럽은 특히 그랬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실제 체감 거리는 멀었다. 크로아티아가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로만 남아 있던 이유다.
그러나 올여름 상황이 달라졌다. 인천과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를 잇는 직항 노선이 다시 열리면서 이동 시간이 11시간대로 줄었다. 퇴근 후 공항으로 향하면 다음 날 아침 곧바로 발칸에 닿는다. 접근성 하나가 여행지의 위상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직항 재개…발칸이 하루 생활권으로
티웨이항공은 7월 2일부터 10월 24일까지 인천-자그레브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한다. 화·목·토요일 일정으로, 비행시간은 약 11시간이다. 항공권은 이미 판매에 들어갔고 편도 운임은 50만 원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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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크로아티아를 가기 위해서는 이스탄불이나 빈,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허브 공항을 거쳐야 했다. 이동 시간만 15~20시간에 달해 단기 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직항 재개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장벽도 함께 낮춘 셈이다.
특히 금요일 밤 출발해 토요일 아침 도착하는 일정이 가능해지면서 ‘주말+연차 하루’만으로도 여행이 가능해졌다. 장기 휴가가 어려운 직장인에게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여행 상품 구성도 3~5일 단기 일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항공업계는 동유럽 노선 수요가 서서히 회복되는 신호로 해석한다. 서유럽 주요 도시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발칸 지역이 대안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그레브·두브로브니크·스플리트…3대 허브 전략
크로아티아 여행은 몇 개 도시를 거점으로 동선을 짜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대표적인 출발점이 수도 자그레브다. 중세 건축물과 카페 문화가 어우러진 도심은 ‘중부유럽 감성’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평가된다.
남쪽 해안의 두브로브니크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와 아드리아해가 어우러진 도시 전경은 크로아티아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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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리트는 고대 로마 유적 위에 현대 도시가 형성된 독특한 구조다. 1700년 역사의 궁전 내부에 상점과 주택, 레스토랑이 공존한다. 역사와 일상이 겹쳐지는 이색적인 분위기가 강점이다
세 도시는 각각 차로 1~2시간 거리에 자연공원과 해변, 섬들이 이어져 있다. 한 도시를 중심으로 방사형 이동이 가능해 체류형 여행에 적합하다. ‘한 나라에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직항만이 답 아니다…경유 ‘1석2조’ 일정도
직항 운항 기간이 한정적인 만큼 경유 노선도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다. 터키항공, 루프트한자, 오스트리아항공 등은 이스탄불이나 빈,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크로아티아 주요 도시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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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지는 단순 환승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여행지로 활용된다. 하루 정도 체류하며 도시 관광을 즐기는 ‘스톱오버’ 상품도 늘고 있다. 한 번의 항공권으로 두 도시 이상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신혼여행객이나 장기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경유 일정이 매력적이라는 반응도 많다. 비행 피로를 나눠 해소할 수 있고, 여행의 밀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직항과 경유를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흐름이 자리 잡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투트랙 전략’으로 본다. 빠르게 가는 직항과 여유롭게 즐기는 경유가 공존하면서 수요층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접근 경로가 다양해질수록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물가·계절·체류비…가성비 유럽으로 부상
크로아티아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서유럽 주요 도시보다 숙박비와 식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카페 커피 한 잔이나 현지 식당 한 끼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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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아드리아해 해변 휴양을 즐길 수 있고, 봄·가을에는 선선한 날씨 속에서 도심 관광에 집중할 수 있다. 계절별 매력이 뚜렷해 여행 시기 선택 폭도 넓다. 성수기를 피해 방문하면 체류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
자연 경관 역시 경쟁력이다. 에메랄드빛 호수와 폭포가 이어지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수많은 섬이 펼쳐진 해안선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다. 휴양과 자연 탐방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비싸고 붐비는 서유럽’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직항이라는 교통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접근성과 가성비를 모두 갖춘 목적지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올여름 유럽 여행 지도가 조금씩 남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