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지중해를 잇는 항로에 다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멈춰 섰던 대형 크루즈선이 잇달아 복귀하면서, 동지중해와 중동 해역이 글로벌 해양 관광의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그 중심에 튀르키예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VisitKorea DataLab)이 공개한 ‘(GCC 및 북부 중동지역) 2025년 10월 관광시장 동향(1차)’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2025년 8월 기준 크루즈 승객 150만 명을 맞이하며 12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18개 항구를 통해 입항한 승객 수는 전년 대비 56% 증가했으며, 올해 시즌 종료 시점에는 총 16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을 넘어, 지중해 크루즈 시장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즈미르, 쿠샤다시, 안탈리아 등 서·남부 주요 항구는 유럽 주요 크루즈 노선의 기항지로 복귀했으며, 갈라타포트 이스탄불(Galataport Istanbul)은 유럽 최대 복합 크루즈 터미널로 자리잡았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러한 회복세를 산업 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교통인프라부는 항만 리모델링과 세관 간소화 정책을 병행하고 있으며, 주요 항구 도시에 ‘해양 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해 숙박·쇼핑·문화 콘텐츠를 연계한 크루즈 경제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특히 갈라타포트는 크루즈 터미널과 함께 쇼핑몰, 미술관, 호텔이 결합된 복합형 해양관광 단지로, 항만을 ‘도시 속 관광지’로 전환하는 대표 모델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복세가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해양 관광 산업 구조 자체의 변화로 보고 있다. 팬데믹 이전 크루즈 관광은 유럽 중심의 서지중해 노선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그리스·튀르키예·이집트·이스라엘을 잇는 동지중해 노선이 빠르게 부상했다. 이는 안정적인 치안과 관광 인프라 확충, 그리고 역사·문화 체험 중심의 고부가가치 관광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튀르키예의 크루즈 회복은 단순한 관광 통계가 아니라, 지중해 관광의 중심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이어 “유럽의 고비용 구조 속에서 동지중해 항만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향후 중동 해양 관광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제 크루즈 협회(CLIA) 또한 2025년 전 세계 크루즈 승객이 4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동지중해와 중동 해역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지목했다. 두바이, 아부다비, 하이파 등 중동 주요 항구도 고급 크루즈 노선 유치를 확대하며 해양 관광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튀르키예의 부활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서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동지중해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이슬람권 관광지가 어우러진 새로운 해양 루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중해 크루즈의 귀환은 이제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중동 전체의 관광 흐름을 다시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