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탄자니아의 시장에 가면 반짝이는 금빛 스낵 대신, 통통하고 하얀…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곤충이라기엔 크고, 고기라기엔 모양이 생소한 이 음식은 바로 ‘자자(Zaza)’라 불리는 대형 유충 요리다. 처음 보는 사람은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비주얼. 하지만 사바나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겐 이만큼 든든한 단백질이 없다. 고단백, 친환경,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 불에 구워 바삭하게 만들면 고소함이 입안을 채운다. 음식은 때로 편견을 깨는 모험이 된다. 탄자니아 자자는 그 사실을 강렬하게 증명하는 한 입이다.
자자는 주로 ‘곤도(Gondo)’ 또는 ‘곰부(Gombu)’라 불리는 큰 비단벌레 유충을 말한다. 탄자니아 중부와 서부의 열대 숲, 그리고 이웃국인 잠비아 및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사는 이 유충은 비가 많이 오는 시기이면 나무껍질 속을 가득 채운다. 과거 부족 사회에서 고기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왔다.
현지 사람들이 자자를 채취하는 과정은 제법 모험적이다. 나무를 쪼개며 숲 속 깊숙이 들어가거나,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가 유충이 모여 있는 부분을 찾아낸다. 크고 통통한 모습은 처음 보면 놀랍지만, 그만큼 영양분을 가득 머금고 있다는 증거다. 잡아온 자자는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깨끗이 씻은 뒤, 불에 구워 수분을 날리거나 기름에 바삭하게 튀기기도 한다. 때로는 소금과 향신료를 살짝 뿌려 간을 맞추고, 고추 페이스트와 곁들여 먹는다.
겉모습은 도전적이지만, 맛은 의외로 친숙하다. 고소한 고기 맛과 함께, 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다. 어떤 여행자들은 “고소한 닭껍질과 돼지 지방 사이 어디쯤”이라고 표현한다. 지방과 단백질 비율이 높아 에너지 효율도 뛰어나 사파리 노동자들이 즐겨 먹는 간식이라 한다.
자자는 단순히 생존 음식이 아니다. 전통 부족 공동체에서는 수확 철에 맞춰 함께 모여 유충을 채취하고 조리하는 것이 작은 축제이자 사회적 의례다. 자연의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는 문화의 상징이며, 특히 어린아이들에게는 성장기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하게 여겨졌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식량으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논의되는 가운데, 곤충 식품은 적은 물과 사료로도 많은 단백질을 얻을 수 있어 환경 부담이 적다. 탄자니아 정부 또한 이러한 전통 식재료에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을 찾고 있다. 여행자가 처음에는 관광 호기심으로 자자를 접하더라도, 그 뒤에 숨은 생태와 문화의 맥락을 알게 되면 이 작은 생명체의 존재감이 달리 보인다.
물론 첫 만남은 쉽지 않다. 누군가는 손에 들어 보는 것조차 힘들고, 누군가는 사진만 봐도 눈을 돌릴지 모른다. 하지만 자자는 말한다. 인간에게 음식의 장벽을 만드는 것은 생물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이라고. 한 입의 용기가 세계를 조금 넓힐 뿐이다.
탄자니아 자자 요리는 자연이 준 것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에서 태어났다. 흙, 나무, 비, 사바나의 바람 속에서 자란 단백질을 그대로 즐기는 태도. 문명 사회에서는 거부감이 먼저 앞설 수 있지만, 이 음식은 우리에게 낯선 재료를 대하는 태도를 묻는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만이 아니라 새로운 ‘먹는 방식’도 배우는 일이다.
자자의 한 입은 우리가 가진 편견을 깨뜨리고, 식탁 위에서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작은 경험이 된다. 타문화의 식탁을 이해하는 순간, 그곳의 삶과 역사도 함께 맛볼 수 있다. 결국 이 이색 요리는 생존의 지혜이자, 미래의 식량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모험은 입 안에서 시작되고, 세계는 한입만큼 넓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