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갯벌과 바다가 만나는 안산 대부도의 서쪽 끝, 구봉도(九峰島)는 아홉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었다 하여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서해안 낙조의 성지로 불리지만, 그 아름다운 붉은빛 아래에는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된 할미바위의 애달픈 전설이 숨어 있다. 파도에 침식돼 아홉 손가락처럼 변해버린 봉우리들, 그리고 그 끝에 남은 망부석. 시간과 역경이 만들어낸 구봉도의 지형과 전설은 이 땅의 해안선에 새겨진 가장 극적인 K-미스터리 중 하나다. 지금부터 안산 12경 중 제2경 구봉도 낙조의 숨겨진 비화 속으로 들어간다.
◇ 프롤로그: 아홉 개의 봉우리, 그리고 망부석의 전설
구봉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간척사업으로 대부도와 연결된 곳이다. 과거 섬의 형태가 아홉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구봉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아홉 봉우리가 빚어내는 산세는 아름다운 해솔길의 바탕이 됐는데, 시간이 흐르며 파도와 바람에 깎여 현재는 흔적만이 남아있다. 그 흔적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낙조전망대 앞에 우뚝 솟은 두 바위,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다.
이 두 바위에는 애절한 망부석 전설이 전해진다. 먼 옛날, 고기잡이 나간 남편(할아배)을 매일 해변 바위에 올라 기다리던 아내(할매)가 몇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그리워하다 지쳐 결국 바위가 됐다는 이야기다. 굽은 허리로 서쪽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할매의 모습 그대로 바위가 됐고, 뒤늦게 돌아온 남편이 이를 가엽게 여겨 그 옆에서 바위가 돼 영원히 아내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이 바위는 금슬 좋은 노부부의 전설을 담고 있어 '구봉이 선돌'이라고도 불린다.

◇ 비화(秘話): 구봉도의 '아홉 손가락 바위' 비밀
구봉도 지형의 가장 큰 특징은 아홉 개의 봉우리에서 유래했지만, 현재 대부해솔길을 따라 걸으며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파도에 침식돼 바다로 뻗어나간 바위들이 아홉 개의 손가락처럼 펼쳐진 형상이다. 이 '손가락 바위'는 수만 년간 파도와 바람이 퇴적암을 깎아낸 작품으로, 망부석 전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구봉도의 지질은 주로 변성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암석들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여나가며 침식에 약한 부분이 사라지고, 침식에 강한 부분만 남아 기암괴석의 형태를 띠게 된다. 특히 낙조전망대 주변의 '아치교(개미허리)' 부분은 만조 시 바닷물이 들어와 지형이 얼마나 급격히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지질학적 증거다. 구봉도의 이름이 봉우리(山)에서 비롯됐으나, 지금은 바닷가(해안 침식)의 경관으로 유명해진 이유 역시 이 지질학적 비화에 있다. 구봉도는 섬의 역사가 바다의 침식력에 의해 극적으로 변해온 K-지질 변화의 현장인 것이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생각하게 된다.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아홉 손가락 바위. 이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기다림과 사랑은 영원히 굳건한 바위가 돼 전설로 남았다."

◇ 미래 비전: 낙조 전망대와 해솔길이 여는 안산의 명소화
구봉도 낙조전망대는 안산 12경 중 제2경으로 공식 지정된 곳으로, 해넘이 명소로 이름이 높다. 특히 이곳에 설치된 상징 조형물 '석양을 가슴에 담다'는 서해안의 황홀한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됐다.
구봉도는 대부도 관광의 핵심인 대부해솔길 1코스에 포함돼 있다. 안산시는 구봉도를 중심으로 대부해솔길을 정비하고, 자연 경관과 지역 스토리를 결합한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구봉도와 해솔길 일대를 서해안의 대표적인 '힐링 로드'로 명소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도시' 안산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구봉도의 해솔길을 걷는 것은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지친 현대인에게 치유와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안산의 미래 지향적인 관광 플랫폼이다. 낙조의 붉은 물결이 바다를 덮을 때, 할매바위의 전설은 수많은 방문객의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 놓치면 안 될 에피소드 & 촌철살인 여행 팁
구봉도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낙조 시간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할매바위와 할아배바위 사이로 해가 지는 '선돌 낙조'는 서해안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이 장관을 놓치지 않으려면 오후 늦게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구봉도 해솔길 초입에 있는 '개미허리 아치교'는 만조 시 물이 차올라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아치교를 건너기 전, 방문객의 배 나온 정도를 측정해 나이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설치물도 있으니, 가벼운 웃음과 함께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촌철살인 팁이다. "구봉도에서 '사랑의 맹세'를 하면 영원하다? 틀렸다. 이곳은 고된 기다림 끝에 바위가 된 '인고의 사랑'의 상징!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기보다, 변하지 않는 인내심과 굳건한 삶의 의지를 다지고 싶다면 구봉도 낙조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