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산업의 성장 속도가 인재 양성 속도를 앞질렀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가 발표한 보고서 The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 에 따르면, 글로벌 관광업계는 “고숙련 인력은 부족하고, 저숙련 인력은 불안정한” 이중 구조의 인력 위기에 직면해 있다.
WTTC는 이를 ‘관광 노동의 불균형’이라 표현한다. AI와 자동화가 단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고숙련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는 “2035년까지 숙련직 인력의 40%가 핵심 역량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단순 서비스나 현장직 등 저숙련 일자리는 수요는 늘지만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

WTTC는 특히 관광업에서 고객 응대·현장 지원직의 리더십 부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교육과 훈련이 현장 중심으로 설계되지 않아, 직무 전문성은 쌓이지만 관리자급 역량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관광산업 내부에서는 ‘일은 많지만 커리어는 막힌’ 인력 단절 현상이 나타난다. 호텔, 항공, 여행사 등에서 오랜 기간 일한 종사자들이 승진이나 이직이 아닌 직무 반복의 악순환에 갇히는 이유다.
WTTC는 “관광산업이 일자리의 사다리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법은 교육에서 시작된다. WTTC는 보고서에서 “기술보다 인간의 사고력, 즉 비판적 사고·문제 해결·창의력 교육이 향후 관광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데이터 분석, 서비스 디자인, 지속가능관광 등 미래형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일부 대학의 관광학과·호텔경영학과는 최근 ‘AI·데이터 기반 관광관리’ 과목을 개설하고, 호텔 브랜드와 연계한 실무형 캡스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교육의 60% 이상이 이론·마케팅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현장 인재 양성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광업의 미래는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의 질과 성장 경로를 보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관광은 경험의 산업이자 서비스의 산업이다. 기술이 고객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경험을 설계하며, 서비스를 혁신하는 능력이 관광 일자리의 새 기준이 돼야 한다.
WTTC는 보고서의 결론에서 이렇게 썼다. “미래의 관광산업은 자동화된 손이 아니라, 훈련된 생각으로 움직인다.” 고숙련 인재가 산업을 이끌고, 저숙련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 - 그것이 지금, 관광산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