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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칼럼] 동남아 기피 확산, 한국 여행자는 이제 ‘안전’을 산다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잇따르며 여행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 동남아는 겁난다”, “조금 비싸도 안전한 곳으로 가겠다.” SNS에 올라온 짧은 문장들은 여행자들의 달라진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전국 성인 504명 중 68.5%가 ‘동남아 여행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여행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한때 동남아는 ‘가성비 천국’이었다. 저렴한 항공권, 풍부한 음식, 따뜻한 날씨가 여행을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그 익숙한 공식은 깨졌다. 주요 여행사에서는 캄보디아·필리핀 예약이 줄고, 일본과 대만 문의가 늘었다. 가격보다 신뢰, 거리보다 안정감이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대신 방향을 바꾼다. 불안한 곳을 피하면서도 여행 욕망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가까운 곳, 더 예측 가능한 환경을 택한다. 이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남은 여행 본능의 현실적 조정이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자유롭게 나가는 것’보다 ‘안심하고 돌아오는 것’을 더 중시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값싼 비행기표보다 믿을 수 있는 치안, 화려한 리조트보다 예측 가능한 질서가 더 중요해졌다. 여행의 본질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변한 것이다.

 

이제 관광지들은 단순한 ‘저가 여행지’라는 타이틀로는 여행자를 붙잡을 수 없다. 안전과 신뢰는 더 이상 부가 조건이 아니라, 여행의 전제다. 믿음이 무너진 곳에서는 즐거움이 자라지 않는다.

 

여행은 낯선 곳을 향한 믿음 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한국 여행자는 그 믿음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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