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4 (화)

  • 맑음동두천 12.5℃
  • 맑음강릉 13.2℃
  • 맑음서울 13.4℃
  • 맑음대전 14.0℃
  • 구름조금대구 15.1℃
  • 구름많음울산 14.4℃
  • 맑음광주 12.9℃
  • 구름조금부산 17.3℃
  • 맑음고창 13.0℃
  • 구름많음제주 15.2℃
  • 맑음강화 11.3℃
  • 맑음보은 13.1℃
  • 맑음금산 13.7℃
  • 맑음강진군 14.8℃
  • 구름많음경주시 14.7℃
  • 구름많음거제 14.6℃
기상청 제공

[해외 감성 로컬 기획⑫] 춘천에서 만난 취리히, 호수 위로 흐르는 시간

물과 산, 그리고 고요가 만든 두 도시의 낭만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기차가 춘천역에 닿는 순간, 창밖의 풍경이 달라진다.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고, 호수와 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공기엔 물 냄새가 섞여 있고, 그 속에 묘한 평온이 깃든다. 이 고요한 리듬은 스위스의 취리히를 떠올리게 한다.

 

두 도시는 ‘호수’로 자신을 정의한다. 춘천의 의암호와 공지천, 취리히의 취리히호는 모두 도시의 중심에서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물결 위로 빛이 부서지고, 그 위를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느리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그곳에서 두 도시의 감성이 닮아간다.

 

 

물의 도시, 일상이 풍경이 되는 곳
춘천의 아침은 호수에서 시작된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의암호 위로 카약이 떠 있고, 강변 산책로엔 조깅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도시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주변의 카페에서는 커피 향이 물결에 섞이고,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선 호수와 하늘이 맞닿는다.

 

취리히 역시 물의 도시다. 리마트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호수 위에는 유람선이 천천히 미끄러진다.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점심시간에 호숫가 벤치에 앉은 직장인들 - 그 일상의 여유는 춘천의 오후와 닮았다. 물이 도시의 중심에 있다는 것, 그것이 두 도시를 특별하게 만든다.

 

산과 도시가 나란히 걷는 풍경
춘천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봉의산, 공지산, 그리고 멀리 보이는 오봉산까지. 조금만 걸어도 숲이 시작되고, 계절마다 색이 바뀐다. 도시 안에서 산책하듯 등산을 즐길 수 있는 도시, 그 점에서 춘천은 ‘자연 속 도시’다.

 

취리히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도심 뒤편의 위틀리베르크 산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전망대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도시를 벗어나 산책로를 오른다. 도시와 자연의 거리가 짧을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더 느긋해진다. 두 도시는 자연을 ‘벗’으로 두고 살아간다.

 

 

철길이 이어주는 낭만의 속도
춘천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차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북쪽으로 향하는 경춘선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강과 산, 간간이 지나치는 시골 마을이 도시의 문턱을 낮춘다. 느린 속도의 여행, 그것이 춘천의 매력이다.

 

취리히에서도 철도는 일상의 중심이다. 스위스 전역을 잇는 기차들은 정확하면서도 여유롭다. 창문 너머로 알프스의 산맥과 호수가 이어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이동’을 ‘여행’으로 느낀다. 춘천과 취리히는 철길 위에서 비슷한 풍경과 감정을 나눈다.


춘천과 취리히는 단순한 호수 도시가 아니다. 물과 산, 도시와 자연이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빠름보다 느림이, 화려함보다 고요가 어울린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되찾는다.

 

춘천의 의암호 위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 취리히 호수의 저녁빛이 겹쳐진다. 두 도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물 위를 흐르는 시간은 같다. 여행자가 그 풍경 속을 걸을 때, 세상은 잠시 멈추고 오직 호수의 리듬만이 남는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