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3 (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NT 특집] 관광산업 AI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글로벌 흐름과의 격차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한국의 관광정책은 아직 방향을 찾지 못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AI는 이미 관광산업의 표준 언어가 됐다. 세계 주요 도시와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여행 경험을 재설계하고, 데이터 기반 관광 정책을 운영한다. 그러나 한국의 관광산업은 여전히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 이제는 ‘어떻게’가 아니라 ‘어디로’ 나아갈지를 정해야 할 때다.


해외 주요 관광도시들은 이미 인공지능을 관광의 핵심 도구로 삼고 있다. 일본 오사카는 2023년부터 ‘스마트 관광도시 오사카 프로젝트’를 추진해, AI 기반 다국어 안내 챗봇과 실시간 관광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축제나 이벤트 기간에는 AI가 방문객의 이동 패턴을 예측해 교통 혼잡을 사전에 분산시키고, 상점의 영업시간과 재고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관광객은 모바일 앱 하나로 음식점, 교통, 문화행사를 모두 예약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 생태계’로 묶었다. 빈 관광청은 2020년부터 AI를 활용한 ‘관광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도입해, 숙박률·방문객 국적·SNS 활동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이를 통해 특정 시즌의 방문객 흐름을 예측하고, 도시 계획과 문화정책에 반영한다. 빈 시 관계자는 “AI는 단순히 방문객을 관리하는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지능형 정책 도구”라고 설명한다.

 

민간 기업의 사례도 눈에 띈다. 디즈니는 테마파크 전반에 AI를 적용해 방문객의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예약 앱과 손목 밴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대기 시간 조정, 동선 분산, 맞춤형 상품 추천에 사용된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서 오래 머무는지를 학습한 AI는, 다음 방문 때 이미 ‘맞춤형 경험’을 준비해둔다. 이처럼 해외 주요 관광산업은 이미 ‘데이터-서비스-경험’이 연결된 AI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의 관광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산업 분야 인공지능 도입 지원 방향 연구’는 “국내 관광산업의 AI 도입은 여전히 개별 프로젝트 수준이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방향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대형 플랫폼이나 지자체가 챗봇·번역·예약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관광 전체를 통합하는 AI 전략은 부재하다.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중소 관광기업들도 “데이터 접근이 어렵고, 활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호소한다.

 

이 격차의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방향’이다. 해외 주요국은 AI를 관광정책과 도시계획, 교통·안전관리 등과 연계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개별 서비스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머물러 있다. 관광데이터 표준화,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산업별 AI 교육 등 생태계 전반을 조율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로드맵이 부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AI 관광 모델’이 가져야 할 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데이터 기반 행정의 통합이다. 관광 데이터가 부처·지자체·기업으로 분절되어 있는 구조를 통합 플랫폼으로 묶어야 한다. 둘째, 현장 인력의 AI 역량 강화다.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 관광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셋째, 공공 신뢰 확보다. 관광객의 위치·소비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동의제도와 정보 관리 규범이 필요하다. 기술보다 신뢰가 우선이다.

 

한국이 AI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개별 기술보다 산업 전반의 ‘지능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챗봇을 도입하거나 자동 번역 서비스를 확충하는 수준으로는 세계 흐름을 따라잡을 수 없다. 관광산업의 AI화는 기술이 아니라 정책의 문제, 즉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생태계를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AI는 이미 관광의 언어를 바꾸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관광산업이 직면한 과제는 기술의 확보가 아니라 전략의 부재다. 세계는 ‘데이터로 움직이는 도시’를 만들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AI를 어디에 쓸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관광산업이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술보다 방향을, 속도보다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관광의 미래는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더 똑똑한 전략에서 시작된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