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서해의 끝자락, 인천항에서 220km를 달려 도착한 섬. 백령도는 대한민국의 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두무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북쪽 끝, 눈앞에는 북한 장산곶이 지척이다. 관광객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군인들은 늘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두무진은 절벽이자 경계이며, 관광지이자 금단의 공간이다.
두무진은 백령도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독특하다. 화강암과 퇴적암이 수천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깎여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과 바위섬을 만들었다. 바다 위로 솟은 선대암, 코끼리바위, 형제바위가 그 예다. 하지만 관광버스에서 내린 이들이 느끼는 평화는 군 초소의 철제 망루와 CCTV, 경고 표지판에서 금세 깨진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km, 두무진은 ‘가장 가까운 최전방 관광지’다.
백령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서해의 전략 요충지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곳은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는 요새였다. 지질학적으로는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퇴적층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다. 이 때문에 2012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보존’은 곧 ‘통제’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두무진 인근 절벽의 상당 부분은 아직 군 작전구역으로 묶여 있다. 민간인의 접근은 일부 구간만 가능하며, 드론 촬영이나 야간 체류는 철저히 금지돼 있다.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안보의 전선 위에 놓인 땅이다.
백령도 주민들에게 두무진은 단순한 명소가 아니다. 그들은 이 절벽 아래에서 물고기를 잡고, 절벽 위 길을 따라 미역을 말리며 살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안보 관광화가 진행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점차 절벽에서 멀어졌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이 바다에서 새벽마다 고기 잡았어요. 지금은 출입증 없인 못 내려가요.” 관광지 개발은 지역 경제를 살렸지만, 동시에 ‘섬의 일상’을 통제했다. 두무진의 아름다움은 이제 주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유지된다.
백령도는 최근 몇 년간 국방부와 인천시의 협력 아래 ‘평화관광벨트’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두무진은 그 상징적 출발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관광객이 몰리면 군사 보안이 흔들리고, 보안을 강화하면 관광이 위축된다. 지역경제와 국가안보 사이의 긴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 지리학자는 “두무진은 생태·안보·관광이 맞물린 복합 경계지”라며 “관광 활성화보다 ‘균형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무진 절벽 위에 서면, 바다 건너 북한 장산곶이 선명하게 보인다. 맑은 날에는 그곳 어선의 모습까지 육안으로 확인된다. 한반도의 분단 현실이 지리적 거리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절벽 아래로 부서지는 파도는 그저 자연의 소리가 아니다. 역사와 전쟁, 인간의 긴장이 녹아든 소리다.
두무진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벽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가장 ‘긴장된 절벽’이기도 하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반도의 경계를 상징하는 지질적이자 정치적 공간이다. 관광객은 그 사실을 잊은 채 셀카를 찍고 돌아가지만, 절벽은 여전히 묵묵히 한 방향을 바라본다. 그 끝에는 바다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