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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12경 비화] 8경 다문화거리…한글이 사라진 거리, 코리안 드림의 애환이 깃든 '도시 속 K-미스터리'

100여 개국 이주민들이 만든 '지구촌 축소판'
이방인의 음식과 언어 속에 감춰진 K-공존의 충돌과 융합의 비밀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시 원곡동 일대에 조성된 다문화거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히 외국 음식점이 모인 거리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시작된 '코리안 드림'의 현장이자, 100여 개국에서 온 이주민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애환이 뒤섞여 만들어진 '도시 속 거대한 미스터리' 공간이다. 한글 간판보다 외국어가 더 많은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낯선 나라에 불시착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외국인 거주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이 지역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방인의 음식과 언어 속에 감춰진 K-사회 융합의 미완의 비화를 추적한다.

 

◇ 프롤로그: '코리안 드림'이 만든 미스터리한 축소 지구촌


안산 다문화거리의 탄생은 1970~80년대 반월·시화 산업단지 조성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 건설된 산업단지는 곧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허가했다. 저렴한 주거비를 찾아 산업단지와 가까운 안산의 구도심 원곡동으로 이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곡동은 빠르게 중국, 베트남, 러시아,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거주하는 중심지가 됐다. 특히 2009년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되면서 그 특색은 더욱 강화됐다. 이 거리를 걷는 방문객은 아랍어 노래방, 키릴 문자 간판의 식자재 마트, 동남아시아 향신료 냄새 등을 통해 '국경 없는 마을'에 들어선 듯한 미스터리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곳은 단일 민족을 자처해온 한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다문화 현상의 가장 생생한 증거라 할 수 있다.

 

◇ 비화(秘話): 낯선 언어와 음식 속에 깃든 이방인의 애환


다문화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지점이다. 현지 조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이색적인 현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하고 이국적인 음식 뒤에는 타향살이의 고단함과 향수가 깊게 배어 있다.

 

과거 산업단지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소위 '3D 업종'에 종사했던 이주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고향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애환을 달랬다. 특히 밤이 되면 낯선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이 폭력이나 소란으로 이어지는 '밤의 미스터리'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산시는 외국인 주민지원본부를 설립하고, 치안을 강화하며,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충돌을 '공존의 시험 무대'로 승화시키려 노력해왔다. 다문화거리는 단순히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이들이 정착민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일원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눈물과 희망이 뒤섞인 애환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인 것이다.

 

◇ 미래 비전: K-융합 사회로의 도약


안산시는 다문화거리가 가진 잠재력을 관광 자원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외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국가별 스토리텔러가 진행하는 '세계 미식 투어' 등의 관광 상품을 개발해 내·외국인 모두가 문화를 교류하는 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다문화거리는 안산이 직면한 '다문화 사회'라는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라며, "이곳을 단순한 이방인의 거주지가 아닌, 다양한 문화가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K-융합 사회의 롤모델로 발전시키고, 관광객들이 이국적인 미식과 문화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거리는 한국 사회가 미래에 나아갈 다문화 공존의 방향을 실험하고 제시하는 도시 인류학적 미스터리가 되고 있다.

 

◇ 놓치면 안 될 에피소드 & 촌철살인 여행 팁


다문화거리의 진정한 매력은 주말 저녁에 최고조에 달한다. 이때는 거리 전체가 세계 각국의 언어와 음식 냄새, 그리고 활기로 가득 차며, 이태원보다 더 이국적인 '작은 지구촌'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여행의 팁은 호기심을 가지고 거리의 작은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각 나라의 독특한 향신료와 식자재, 음료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촌철살인 팁이다. "다문화거리에서 당신이 듣는 낯선 언어는 소음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이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문화를 지키며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공존의 목소리'다. 이 거리는 우리에게 '진정한 한국인이란 무엇인가'라는 K-정체성의 미스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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