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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심층] 미래여행 대전환①…기후가 바꾸는 세계 여행의 방향

폭염에서 북유럽으로 향하는 여름 여행객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유럽 남부에서 여름이 점점 ‘지독하게 더워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관광객들의 여행지 선택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바다와 해변, 그리고 태양 아래의 휴양을 기대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기후 쾌적성’을 여행지 선택의 핵심 요소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후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세계 관광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 변화가 관광의 기초를 흔들다

최근 들어 극심한 폭염, 해수면 상승, 극한 기후현상 등이 잦아지며 많은 전통 관광지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여름철 ‘뜨거운 지중해’, ‘무더위의 휴양지’로 불리던 남유럽 해안과 해변 관광지는 기후 리스크에 더욱 취약하다. European Travel Commission (ETC) 보고서도, 폭염·가뭄·산불·홍수 등 기후 변화가 관광지로서의 매력과 안전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한편의 메타분석 연구 - 기후변화에 따른 국가별 관광수요 영향 메타분석 - 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고위도 또는 중위도 국가, 즉 북유럽·북미·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에서는 관광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위도 지역 - 열대 및 아열대, 남아시아·동남아 등 - 에서는 관광 수요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실증 연구도, 기후쾌적성에 대한 민감도가 관광수요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기온이 높다 = 관광지 매력”이라는 식의 과거 공식이 깨지고 있으며, “기후가 쾌적하다 = 선택지”라는 새 공식이 등장하고 있다.

 

북유럽 등 쾌적 기후대의 재부상

이러한 변화는 실제 관광 수요 패턴을 바꾸고 있다. 최근 논문 European tourism demand in the face of climate change: asymmetric impacts, demand reallocation and deseasonalisation strategies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진전될수록 유럽 내 관광 수요는 남쪽 해안지대에서 북쪽 내륙 및 고위도 지역으로 재배치되는 경향이 강화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극단적 폭염과 기후 불확실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여름 휴양지를 피하게 만들지만,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가진 북유럽, 북미, 고원 지대 등은 새로운 ‘여름 피난지(summer escape)’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행 트렌드 중에는 ‘더위 대신 쾌적함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기후에 민감한 세대나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이 높은 관광객 층에서는, 여행 목적지를 선택할 때 ‘여름 더위와 폭염의 가능성’이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의 구조 변화

관광 수요가 재배치되면 그에 따라 공급 구조도 바뀐다. 호텔과 리조트, 숙박시설, 운송망, 지역 인프라 등이 기후 쾌적 지역 위주로 투자·확장되는 흐름이 가속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는 기후 취약 관광지에 대한 경고를 내리고, 관광 산업 재편과 ‘저탄소 관광(low-carbon tourism)’ 정책을 점점 강화하는 중이다.

 

또한 기후 변화가 관광객의 행동 방식을 바꾸면서, 관광 수요의 계절성도 흔들릴 수 있다. 무더운 여름철 피서 수요가 줄고, 봄·가을 또는 ‘ shoulder season(비수기)’이 새로운 피크 시즌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러한 탈계절화(deseasonalisation)는 관광 산업 전체의 전략 재편을 요구한다. 

 

향후 시나리오: 관광 권력의 북상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계속된다면, 2030~2040년대에는 더 많은 관광객이 과열된 남부 해안지대 대신 북쪽과 고위도·고지대 지역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 쾌적성과 안전, 탄소배출 고려, 지속가능성 가치 등이 여행지 선택에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전통적인 휴양지와 리조트, 해변 관광에 의존하던 지역은 위기를 맞을 수 있고, 반대로 북유럽, 북미, 고산지대, 또는 기후 안정지역은 새로운 휴양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광 산업 전체가 재편될 수 있다. 숙박시설, 항공 노선, 여행 상품, 지역 인프라, 환경 정책, 탄소 관리 전략 등이 기후 변수에 맞춰 재조정될 필요가 생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가치관 변화 - 환경 의식, 지속 가능한 여행 소비, 건강과 안전에 대한 고려 - 가 맞물리면서, 과거의 “관광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여행은 기후와 함께 진화한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변화와 맞서면서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관광이라는 거대한 산업과 문화의 흐름 자체가 재편되는 시점을 맞고 있다. “폭염에서 북유럽으로”라는 가설은 단지 상징이 아니라,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트렌드다.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여행할지는 더 이상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 정책, 사회문제, 그리고 지속가능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거대한 구조 변화 속에서, 여행은 앞으로 ‘쾌적성과 지속가능성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이 구조 변화가 항공, 비자, 이동성, 디지털 노마드 등 기술·정책 변화와 어떻게 엮이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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