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단체여행은 줄고, 자유여행은 늘었다
한류가 인바운드 관광의 흐름을 바꾸면서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여행 방식이다. 관광객 수가 늘어난 것보다 더 뚜렷한 변화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여행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인바운드 관광을 떠받치던 단체여행 중심 구조는 빠르게 힘을 잃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를 목적으로 방한한 ‘적극 한류 소비 집단’의 여행 유형은 압도적으로 개별여행에 가깝다. 단체여행 비중은 크게 감소한 반면, 자유여행과 에어텔 이용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여행 상품은 오히려 잘게 쪼개지고 있다.
여행을 ‘따라가는 상품’에서 ‘직접 설계하는 경험’으로
이 변화의 핵심은 여행에 대한 인식 차이다. 한류 팬 관광객에게 한국 여행은 일정이 정해진 패키지를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다. 공연 일정, 촬영지 방문, 팬 이벤트 참여 등 명확한 목적을 중심으로 여행을 스스로 구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여행사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 일정의 주도권은 관광객에게 있다.
이 때문에 단체여행의 장점이었던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은 한류 관광에서 크게 작동하지 않는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이동하는 방식보다, 원하는 장소에 오래 머무르고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자유여행이 선호된다. 한류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전통적인 인바운드 상품 구조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에어텔의 부상, ‘부분 패키지’의 시대
눈에 띄는 변화는 에어텔 이용 증가다. 항공과 숙박만 묶은 부분 패키지를 선택하고, 나머지 일정은 직접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완전한 자유여행과 단체여행의 중간 지점에 해당한다. 편의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한류 팬 관광객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에어텔 확대는 관광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행사의 역할은 일정 설계자에서 항공·숙박 조합자, 정보 제공자로 이동하고 있다. 가이드 중심 상품보다 교통, 공연 정보, 촬영지 접근성 등 세부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류 관광은 여행 산업의 기능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숙박 선택에서도 드러나는 변화
숙박 유형에서도 한류 관광객의 특성은 분명하다. 호텔 이용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선택 기준은 과거와 다르다. 고급 여부보다 위치와 접근성, 일정 유연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연장이나 촬영지와의 거리, 대중교통 연결성은 숙소 선택의 핵심 요소다.
게스트하우스나 민박, 친지 집 숙박 비중이 일정 수준 유지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류 비용을 줄이기보다, 여행 일정에 맞춰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다. 숙박은 여행의 목적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인식된다.
이동 방식이 바뀌면 관광 구조도 바뀐다
자유여행 비중 확대는 관광 동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체여행처럼 서울에 머무르는 일정이 아니라, 콘텐츠를 따라 지역 간 이동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공연이나 촬영지를 중심으로 도시를 오가고, 일정에 따라 체류 기간을 조정한다. 이는 앞선 ③편에서 나타난 지역 확산 흐름과도 맞물린다.
교통과 정보 인프라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한류 팬 관광객은 여행사보다 온라인 정보와 SNS, 팬 커뮤니티를 통해 이동 정보를 얻는다. 공식 관광 정보와 실제 여행 동선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불편은 커진다. 자유여행 중심 구조에서 정보 접근성은 곧 관광 경쟁력이다.
한류 관광이 던지는 산업적 질문
한류가 만든 자유여행 중심 인바운드 관광은 관광 산업에 명확한 질문을 던진다. 관광객 수 증가에 맞춰 기존 상품을 확대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이다. 한류 팬 관광객은 대규모 단체를 전제로 한 상품보다, 잘게 나뉜 서비스와 정확한 정보를 요구한다.
이는 여행사, 숙박업계, 교통·플랫폼 사업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한류 관광은 인바운드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기존 구조를 흔들고 있다. 단체여행의 감소는 위기가 아니라 전환의 신호다. 관광 산업이 변화하는 수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