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모로코를 이해하려는 시선은 사막이나 해안이 아니라 도시의 안쪽에서 멈춘다. 페스의 메디나는 외부로 열리지 않은 공간이다. 이곳은 길보다 시간이 먼저 형성된 도시다. 모로코 국가는 이 구조를 통해 자신을 설명한다.
페스 메디나는 관광지 이전에 생활 공간이다. 수백 년의 도시 질서가 현재의 일상과 맞물려 있다. 과거는 전시되지 않고 사용된다. 이 점에서 메디나는 국가의 성격을 직접 드러낸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페스 메디나는 모로코 이슬람 문명의 중심이었다. 종교와 학문, 상업이 한 공간에서 작동했다. 국가는 이 도시를 통해 문명적 연속성을 주장한다. 단절이 아닌 축적이 핵심 논리다.
이곳은 외세 이전의 질서를 보여준다. 프랑스 보호령 시기에도 메디나는 철거되지 않았다. 새로운 도시는 외곽에 건설됐다. 핵심은 보존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메디나는 중앙 권력의 공간이 아니었다. 공동체의 규칙이 도시를 운영했다. 골목과 시장, 종교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국가는 이 구조를 문화적 뿌리로 해석한다.
그래서 페스는 상징이 된다. 왕궁이나 기념물이 아니라 생활 도시가 대표가 됐다. 모로코는 권력보다 문명을 전면에 둔다. 메디나는 그 선택의 결과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페스는 8세기 말 이드리스 왕조에 의해 건설됐다. 이슬람 왕조의 수도로 기능했다. 종교적 권위와 정치 권력이 결합됐다. 국가 형성 초기의 구조가 도시 안에 남았다.
도시는 계획보다 필요에 따라 확장됐다. 골목은 통제보다 기능을 우선했다. 생활 동선이 곧 도시 구조가 됐다. 이 방식이 메디나의 밀도를 만들었다.
알카라위인 대학을 중심으로 지식 체계가 형성됐다. 교육과 종교는 분리되지 않았다. 학문은 도시의 핵심 기능이었다. 국가는 이를 문명적 자산으로 삼았다.
이 구조는 반복적으로 유지됐다. 파괴보다 재사용이 선택됐다. 건물은 기능을 바꾸며 살아남았다. 페스는 기록이 아닌 작동하는 공간이 됐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식민지 시기 페스는 정치적 중심에서 밀려났다. 행정 기능은 신도시로 이동했다. 그러나 메디나는 제거되지 않았다. 보존은 통치 전략이 됐다.
독립 이후 모로코는 메디나를 국가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국제적 의미를 부여했다. 보존과 관광이 동시에 추진됐다. 국가는 관리자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긴장이 발생했다. 거주민의 생활과 관광 동선이 충돌했다.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메디나는 조정의 대상이 됐다.
그 결과 메디나는 이중적 공간이 됐다. 생활과 전시가 동시에 존재한다. 과거는 현재에 편입됐다. 변화는 통제 속에서 진행됐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오늘의 페스 메디나는 살아 있는 도시다. 주민은 여전히 이 공간을 사용한다. 관광은 부차적 기능에 가깝다. 일상이 중심에 놓여 있다.
정치적 의미도 유지된다. 국가는 이 도시를 전통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변화의 속도는 의도적으로 조절된다. 급격한 단절은 피한다.
이 공간은 외부에 국가 이미지를 전달한다. 모로코는 오래된 질서를 관리할 수 있는 국가로 보인다. 혼합을 위기로 보지 않는다. 복합성을 정체성으로 삼는다.
그래서 페스는 현재진행형이다. 과거의 도시지만 현재의 선택과 연결돼 있다. 국가는 여전히 이 공간을 통해 자신을 읽는다. 메디나는 끝나지 않았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페스 메디나는 모로코 국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경계를 지우지 않고 겹쳐 쌓는다. 문명과 문명 사이에서 선택을 유보한다. 국가는 관리자로 남는다.
이 공간을 이해하면 모로코가 보인다. 속도보다 지속을 중시한다. 중심을 허물지 않고 둘러싼다. 페스 메디나는 그 얼굴이 가장 선명한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