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이제 여행은 스마트폰 속에서 시작되고, 데이터로 완성된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경험을 할지는 점점 여행자 개인의 의지보다 플랫폼과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관광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는 권력은 전통적인 여행사에서 거대 플랫폼으로 넘어갔다.
호텔 예약 플랫폼, 검색 포털, 지도 서비스, 소셜 미디어는 여행객의 선택 패턴을 수집하고 이를 다시 여행 추천에 활용한다. 과거에는 입소문과 방송 콘텐츠가 특정 여행지를 유명하게 했지만, 지금은 사용자 검색량과 반응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목적지의 인기를 만들거나 꺾는다. 플랫폼의 구조와 홍보 알고리즘이 관광 흐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알고리즘의 힘은 특히 도시 관광에서 뚜렷하다. 파리, 런던, 도쿄 등 주요 도시의 관광 동선은 플랫폼 추천에 따라 몇 가지 특정 지역으로 집중된다. SNS에서 자주 소비되는 포토스팟이 여행계획의 기준이 되고, 지도 서비스의 평점이 음식점 성패를 좌우한다. 지역 당국이 구성한 관광 루트보다 스마트폰 화면이 더 막강한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불균형을 더 키운다는 점이다. 잘 알려진 명소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과잉 관광 문제가 나타나고, 반대로 잠재력이 있는 동네나 소도시는 관광객 유입에서 소외된다. 여행 경로가 데이터 상위권에 있는 제한적 공간으로 수렴되면서 도시 체감 혼잡도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관광 산책로가 아니라, 마치 클릭 수가 높은 장소만을 잇는 데이터 따라가기 여행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 경제도 플랫폼 종속의 부담을 안게 됐다. 숙박 예약 수수료, 광고 비용, 검색 노출 경쟁이 지역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한다. 플랫폼의 정책 변경 한 번이 목적지의 관광 수입을 뒤흔드는 사례도 등장한다. 관광객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기술 기업이 여행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는 구조다.
한편 새로운 기회도 열린다. 데이터 기반 관광 정책이 확산되면서, 과잉 관광 지역에는 분산 전략이, 저평가된 목적지에는 재발견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구글 검색 트렌드, 통신사 이동 데이터, 관광 카드 이용 패턴은 지역의 취약 지점과 잠재력을 동시에 드러낸다. 디지털 기반 관광 관리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혼잡과 소외의 악순환을 끊고 균형 잡힌 관광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여행객 개개인에게 맞는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늘고 있다. 건강 여행, 음식 취향, 이동 제약, 기후 선호도 등 디테일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여행 방식이 확산 중이다. 고령층·장애인·가족 단위 여행객 등 정보 접근성이 부족했던 집단도 디지털 도구를 통해 더 많은 여행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결국 디지털 전환은 여행 경험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동시에 관광이 어디로 가고 누구에게 혜택을 주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알고리즘이 정한 인기 여행지는 편리하지만, 그것이 곧 모두에게 좋은 여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택의 자유는 늘었지만, 선택지가 실제로 넓어졌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계 관광의 흐름은 점점 더 기술 기업의 서버 안에서 움직인다. 이제 여행 산업의 경쟁은 목적지 사이의 경쟁을 넘어, 데이터를 누가 쥐고 있느냐의 싸움으로 넘어갔다. 관광의 디지털 전환은 더 나은 여행을 약속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격차를 낳게 될까. 미래 여행의 방향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