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단순한 보존을 넘어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역사 관광지로의 대전환이 예고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전적지 활용 중장기 로드맵' 보고서는 6.25 전쟁과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전국 곳곳의 전적지를 미래 핵심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유물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자 글로벌 평화 관광의 거점으로 전적지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역사'를 '이야기'로 엮는 통합 브랜드 구축
'전적지 활용 중장기 로드맵'이 제시하는 핵심은 산발적으로 관리되던 전적지들을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와 스토리텔링으로 엮는 것이다. 전적지 유형별로 테마를 분류하고, 각 장소가 가진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입체적으로 연결해 방문객들이 연속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전투의 경로를 따라 걷는 '평화 순례길'을 개발하거나, DMZ 인접 지역을 '화해와 상생'의 주제로 묶는 방식이다.
이러한 통합 브랜드 구축은 '한국형 다크 투어리즘'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는 단순히 전쟁의 비극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그 비극을 극복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전 세계에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몰입형 콘텐츠: AR/VR로 되살아난 그날의 역사
전적지 관광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첨단 기술 도입은 필수적인 요소로 제시된다. 로드맵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적 고증을 거친 AR(증강현실) 및 VR(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해 전적지 현장에서 과거의 전투 상황이나 역사적 순간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에게 흥미를 유발하며, 역사적 사실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콘크리트 잔해나 비석으로만 남아있던 장소가 생동감 넘치는 역사 공간으로 재탄생함으로써, 관람객들은 단순한 유적 관람자가 아닌 역사의 '참여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 거점화와 관광 인프라 확장
전적지 활용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드맵은 전적지 인근에 역사 교육 센터, 평화 체험 시설, 그리고 탐방객을 위한 편의 시설 등 복합 문화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거점화 전략은 전적지가 위치한 접경 지역이나 소외 지역에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중장기 로드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민간 투자 유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과거의 아픔이 남긴 장소가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로드맵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