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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땅의 재구성③ 전환] 통과하던 길에서 머무는 곳으로…관광이 바꾼 지역의 방향

[뉴스트래블=편집국] 관광은 오랫동안 ‘지나는 행위’에 가까웠다. 보고, 찍고, 떠나는 것. 많은 지역이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 숫자가 지역의 일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래서 인구감소지역에서 관광의 다음 질문은 분명해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였다.

 

 

이 전환은 데이터에서도 감지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이 가명정보 결합 분석을 통해 살펴본 일부 지역에서는, 방문객 수보다 체류 시간이 지역 변화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이동 데이터를 보면, 하루 이상 머무는 방문이 늘어난 지역일수록 숙박·음식·생활 소비가 지역 내부에서 순환되는 비율이 높았다. 관광이 ‘지나가는 소비’에서 ‘생활에 닿는 소비’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이 차이는 동선에서 시작된다. 통과형 관광은 대부분 특정 명소에 집중된다. 주차장과 전망대, 사진 촬영 지점만 소비되고 마을은 비켜 간다. 반면 체류형 관광은 동선이 넓다. 숙소에서 식당으로, 시장으로, 골목으로 이어진다. 관광객의 움직임이 지역 주민의 일상과 겹치는 순간, 관광은 비로소 지역 안으로 들어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역관광 정책도 이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단일 명소 중심 개발보다, 생활권 단위의 체류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다. 걷기 좋은 동선, 작은 숙소, 지역 음식과 연결된 콘텐츠가 중요해진 이유다. 관광을 이벤트가 아니라 ‘하루의 경험’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 전환은 지역의 태도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관광을 외부 손님을 위한 쇼로 만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삶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지역들이 늘고 있다. 특별한 볼거리를 새로 만들기보다, 평소의 풍경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이다.

 

데이터는 이러한 선택의 효과를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 분석에 따르면, 체류형 관광 비중이 늘어난 지역에서는 관광 소비의 계절 편차가 완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정 성수기에만 몰리는 방문이 아니라, 비교적 고른 시기의 방문이 유지되면서 지역의 부담도 줄어든다. 관광이 지역을 소모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의 리듬에 맞춰 들어오는 흐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물론 전환은 쉽지 않다. 체류형 관광은 방문객 수를 빠르게 늘리기 어렵고, 성과가 숫자로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역 주민의 협조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전환은 종종 정책 성과로 평가받기보다, ‘효율이 낮은 선택’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구감소지역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느린 변화가 오히려 유일한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

 

통과하던 길에서 머무는 곳으로의 전환은 관광의 역할을 다시 정의한다. 관광은 인구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줄어드는 인구 구조 속에서 지역이 기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숫자를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장치다. 이 전환이 성공할수록, 관광은 인구감소의 대안이 아니라 ‘적응의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다음 편에서는 이 전환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살펴본다. 모든 지역에 체류형 관광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가능성을 가르고, 무엇이 실패를 부르는지. 관광이 지역의 방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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