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관리자 기자] 파푸아뉴기니는 세계 지도에서 늘 가장 멀리 있는 나라로 인식된다.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나라가 여행과 인류학의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부 지역에서 행해졌던 ‘의례적 식인’이라는 관습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자극적인 호기심으로 소비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삶과 죽음을 이해해온 방식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중요한 전제는 분명하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식인은 보편적 식문화가 아니었고, 특정 부족 사회에서 제한된 시기와 맥락 안에서만 존재했다. 오늘날 이 관습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현재 진행형의 문화도 아니다. 여행자가 마주하는 것은 ‘현장’이 아니라, 기록과 기억, 그리고 그 관습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이다.
식인이 아닌 의례, 생존이 아닌 신념의 문제
파푸아뉴기니 고원 지대의 일부 부족 사회에서 행해졌던 의례적 식인은 생존을 위한 섭취와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영혼의 연속성을 확인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였다. 특정 인물, 특히 전사나 지도자의 신체 일부를 섭취하는 것은 그가 지닌 힘과 덕목을 공동체가 나누어 가진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 행위는 적을 모욕하거나 지배하기 위한 폭력과도 구분된다. 오히려 공동체 내부의 결속과 존중의 방식에 가까웠다. 죽음을 단절이 아니라 이전으로 이해하는 세계관 속에서, 육체는 사라져도 존재의 핵심은 공동체 안에 남아야 했다. 매장은 끝이지만, 섭취는 연장이었다.
따라서 여기서 ‘먹는다’는 행위는 영양 섭취가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이었다. 음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서구적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작동했던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의례적 식인은 혐오의 대상이기보다, 서로 다른 인간 사회가 삶을 해석해온 방식의 차이로 읽힌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감정과 이해하려는 시도는 분리될 필요가 있다.
쿠루병, 그리고 관습이 사라진 방식
이 관습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계기는 외부의 강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세기 중반,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쿠루병은 공동체 내부에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질환은 특정 의례와의 연관성이 밝혀지며, 전통을 유지할 것인가 생명을 보호할 것인가라는 선택을 요구했다.
주목할 점은 변화의 방식이다. 파푸아뉴기니 사회는 이 관습을 단번에 부정하거나 은폐하지 않았다. 대신 위험성을 이해하고, 공동체 내부의 합의를 통해 중단을 선택했다. 이는 외부 문명이 강제로 전통을 ‘개조’한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정부와 의료진, 인류학자, 종교 단체가 개입했지만, 관습의 종말은 내부적 설득과 이해의 결과에 가까웠다. 전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존과 공존을 위해 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파푸아뉴기니는 이 역사를 숨기지 않는다. 박물관과 연구 기록, 구술 전통을 통해 과거를 설명하고, 오해와 왜곡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기억을 관리하고 있다.
여행자가 마주하는 것은 ‘현장’이 아닌 ‘맥락’
현재 파푸아뉴기니를 여행한다고 해서 의례 식인을 직접 접하게 되는 일은 없다. 대신 여행자는 이야기와 설명, 그리고 질문을 마주한다. 마을 어른의 기억, 박물관의 기록, 연구자들의 해석이 이 관습을 현재형이 아닌 역사로 위치시킨다. 이 과정에서 여행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종종 우리가 문화의 경계를 얼마나 단순하게 나눠왔는지를 드러낸다. 문명과 야만,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은 대부분 외부의 기준일 뿐이다.
파푸아뉴기니의 이 이야기는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대신 여행자에게 스스로의 기준을 점검하게 만드는 지점으로 남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판단을 유예하는 태도, 그것이 이 나라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래서 이 주제는 ‘이색 음식’의 연장선이 아니라, 문화 탐구의 끝자락에 위치한다.
한입의 세계가 마주한 가장 먼 경계
파푸아뉴기니의 의례 식인은 먹기 힘든 음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남기며, 무엇을 기억하려 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시리즈가 다뤄온 수많은 이색 음식 역시 결국은 환경과 역사, 공동체의 선택 속에서 탄생했다.
이 편에서 한입의 세계는 가장 멀리 있는 경계에 도달한다. 호기심으로 넘기기에는 무겁고, 혐오로 밀어내기에는 너무 많은 맥락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기준을 다시 세우는 지점에 가깝다.
여행이란 결국 다른 세계를 판단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잣대를 점검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파푸아뉴기니는 그 사실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그러나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