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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땅의 재구성④ 미래] 관광 이후를 묻다…지역은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뉴스트래블=편집국] 관광은 해법처럼 등장했지만, 목적지는 아니었다. 인구감소지역에서 관광이 호출된 이유는 분명했다. 사람이 줄어든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관광은 가장 빠르게 손에 잡히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앞선 흐름이 보여주듯, 관광이 지역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이 마지막 질문은 그래서 관광 그 이후를 향한다.

 

 

데이터는 이미 하나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의 가명정보 결합 분석을 종합하면,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에 성공한 일부 지역에서도 상주 인구의 감소 추세 자체가 반전된 사례는 드물다. 관광은 감소 속도를 완화할 수는 있어도, 구조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이는 관광의 실패가 아니라, 관광에 부여된 기대가 과도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미래를 묻는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관광으로 인구를 늘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관광 이후에도 지역은 기능할 수 있는가’다. 다시 말해, 관광이 남긴 것이 숫자인지, 구조인지, 관계인지를 따져야 한다. 관광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며, 지역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완충 장치에 가깝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인구감소지역 정책에서 ‘생활 인구’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주 인구와 방문 인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반복적으로 찾고 일정 기간 머무는 사람들을 지역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관광 이후를 준비하는 지역일수록, 이 경계는 점점 흐려진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을 계기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기 체류가 장기 체류로 이어지고, 방문객이 창업자나 관계 인구로 전환되는 사례들이다. 수치는 아직 크지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관광이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은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관계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환은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접근성, 자원, 인프라, 주민 수용성에 따라 가능성은 크게 갈린다. 그래서 관광 이후의 미래를 논할 때 가장 위험한 태도는 ‘성공 사례의 복제’다. 특정 지역에서 효과를 본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도 작동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래는 복사가 아니라, 각 지역의 조건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분석에서도 이 차이는 분명히 나타난다. 같은 인구감소지역이라도 관광 소비가 지역 내부에 순환되는 비율, 주민 참여 비중, 체류 구조에 따라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미래는 관광의 유무가 아니라, 관광을 다루는 방식에서 갈린다. 그래서 이 연재의 마지막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숫자가 먼저 무너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었는가. 관광이라는 단어가 호출됐을 때, 지역은 정말 준비돼 있었는가. 그리고 지금, 관광 이후의 지역을 그릴 언어는 충분한가.

 

사라지는 땅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변한다. 그 변화가 관광에서 시작됐을 수는 있지만, 관광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관광은 지역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다만 지역이 스스로를 다시 구성할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는, 이제 각 지역의 선택으로 남아 있다.

 

이것이 ‘사라지는 땅의 재구성’이 던진 네 개의 질문이다. 숫자에서 출발해 구조를 보고, 전환을 지나, 미래를 묻는 과정. 관광은 그 질문을 피하기 위한 해법이 아니라, 질문을 더 분명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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