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국제관광의 미래는 단일한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 발전, 기후 변화, 인구 구조 변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관광의 전개 방향은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국제관광동향 2025년 제10호’에 따르면, UN Tourism은 2050년 국제관광의 전개 가능성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는 예측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조건 아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경로를 가정한 분석 틀에 가깝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기술 주도의 초연결 관광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가상현실 기술이 관광 전반에 깊이 스며들며 여행의 기획·이동·체험·소비가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되는 환경을 가정한다. 관광객은 개인화된 추천을 받고, 일부 경험은 물리적 이동 없이 가상 공간에서 이뤄진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저성장 관광이다. 기후 위기 대응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광의 양적 성장은 제한되고, 대신 체류의 질과 지역 기여도가 중시되는 흐름이다. 장거리 이동은 줄고, 근거리·장기 체류형 여행이 늘어나는 구조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불균형과 분절의 관광이다.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격차, 이동 제한이 반복되며 관광 접근성이 국가와 계층에 따라 크게 갈리는 상황을 가정한다. 일부 국가는 관광 강국으로 남지만, 다른 지역은 국제관광 흐름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포함한다.
네 번째는 지역 중심으로 재편된 관광이다. 글로벌 이동보다는 도시와 지역 단위의 관광 생태계가 강화되며, 관광은 지역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관광객은 단기 방문자가 아니라 일정 기간 머무르는 체류형 이동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 사라질 것과 남을 것, 관광의 기준이 바뀐다
이들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관광 자체가 사라지기보다는 관광의 방식과 평가 기준이 변화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대량 이동과 단기 소비를 전제로 한 관광 모델은 환경 부담과 사회적 비용 문제로 점차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저비용 항공을 기반으로 한 초단기 해외여행, 특정 명소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구조, 방문객 수 확대를 목표로 한 정책은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지적된다. 관광지는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신, 방문 규모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관광의 핵심 가치로 여겨지는 경험 요소는 형태를 달리해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 문화, 자연, 사람과의 교류는 여전히 관광의 중심에 놓이지만, 짧고 밀집된 소비가 아니라 체류형·관계형 경험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역시 관광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역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는 여행 전·후의 경험을 확장하거나 이동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물리적 여행과 디지털 경험은 상호 보완 관계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 그렇다면 한국 관광은 어디에 서 있나
이러한 미래 시나리오 속에서 한국 관광은 어느 하나의 경로에 완전히 속해 있다기보다, 여러 시나리오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것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기반 관광 서비스와 맞춤형 상품 확대 측면에서는 기술 주도형 관광의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동시에 과밀 관광 관리와 지역 분산 전략을 강조하며 지속가능성 중심의 방향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최근 방한 관광 정책과 시장 흐름을 보면, 관광객 수 확대보다는 체류형 콘텐츠와 지역 관광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대량 이동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지역과의 연결성과 체류 경험을 중시하는 미래 관광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제관광의 미래가 관광의 소멸이 아니라, 관광의 방식과 기준이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관광의 가치를 이동 거리나 방문 횟수보다, 체류 방식과 지역에 남기는 영향으로 평가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응의 문제
2050년 국제관광의 미래는 하나의 정해진 그림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국가와 지역, 산업의 선택과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관광의 미래는 얼마나 멀리 가느냐보다, 어떻게 머무르고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관광 역시 특정 미래를 단정적으로 선택하기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여러 가능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