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필리핀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시작부터 분주하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천천히 하루를 여는 태국 관광객과 달리, 이들은 아침부터 이동이 빠르다. 대형 쇼핑몰이나 테마파크, 번화가 상권이 일정의 첫 코스에 오른다. ‘구경’보다는 ‘놀기’에 가까운 여행이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버스 안부터 단체 사진을 찍고, 거리 음식 앞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움직이는 무리가 많다. 여행 전체가 하나의 이벤트처럼 흘러간다. 한국은 이들에게 휴식지라기보다 즐길 거리가 가득한 놀이터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필리핀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비중이 높고, 쇼핑·도시관광·테마파크 방문이 활발한 시장으로 나타난다. 통계가 보여주는 특징은 거리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 나라의 여행자들, 친구와 가족이 함께 온다
필리핀 관광객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대다. 또래 친구들끼리 온 여행객,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띈다. 커플이나 1인 여행보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많다. 자연스럽게 여행 분위기도 밝고 소란스럽다.
이들에게 해외여행은 특별한 기념일에 가깝다. 졸업, 방학, 가족 모임 같은 계기가 여행을 만든다. 그래서 일정 하나하나에 기대치가 높다. “많이 보고, 많이 먹고, 많이 즐기자”는 분위기가 짙다.
한국 거리에서 쉽게 들리는 단체 웃음소리와 셀카봉 행렬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필리핀 관광객의 여행은 조용한 산책보다, 함께 추억을 만드는 축제에 가깝다.
한류는 기본, ‘체험’이 중심이 되는 일정
K-팝과 드라마는 여전히 강력한 동기다. 아이돌 굿즈 숍과 촬영지는 필수 코스처럼 포함된다. 좋아하는 배우가 다녀간 카페를 찾고, 뷰티숍에서 화장품을 고른다. 한류는 여행을 한국으로 향하게 하는 첫 번째 이유다.
하지만 실제 일정은 훨씬 다채롭다. 길거리 음식, 야시장 분위기, 놀이시설, 실내 액티비티까지 빽빽하게 채워 넣는다. 단순한 ‘성지순례’가 아니라 몸으로 즐기는 체험형 여행에 가깝다.
그래서 동선도 활동적이다. 오전에는 쇼핑몰, 오후에는 테마파크, 저녁에는 번화가 먹거리 탐방처럼 하루가 빠르게 흘러간다. 여행 내내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는다.
‘몰링(Malling)’과 번화가, 필리핀식 소비 동선
필리핀에는 ‘몰링(Malling)’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를 쇼핑몰에서 보내는 일상적인 문화다. 에어컨이 있고, 먹거리와 상점, 놀이시설이 한데 모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하다.
이 습관은 한국 여행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대형 복합몰과 면세점, 지하상가가 자연스럽게 일정 중심이 된다. 한 장소에서 쇼핑과 식사, 휴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동과 홍대, 잠실 같은 상업지구가 특히 붐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리핀 관광객의 소비는 한 번에 크게 이뤄진다. ‘몰’은 이들에게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여행 무대다.
짧지만 빽빽하게, ‘알차게 쓰는’ 체류 전략
체류 기간은 길지 않은 편이다. 대신 하루 일정이 촘촘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움직이며 최대한 많은 경험을 담아내려 한다. 여행을 압축해서 즐기는 방식이다.
사진과 영상 기록도 적극적이다. SNS에 올릴 장면을 계속 만들어낸다. 맛집, 간판, 거리 풍경 하나까지도 콘텐츠가 된다. 여행이 곧 추억이자 기록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만족도도 높다. 짧게 다녀와도 ‘충분히 놀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다시 찾는 속도도 빠르다. 한국은 필리핀 관광객에게 부담 없는 재방문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을 가장 신나게 즐기는 사람들
필리핀 관광객이 만드는 풍경은 활기차다. 쇼핑백을 들고 뛰듯 걷고, 길거리 음식 앞에서 웃고, 놀이시설에서 소리를 지른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소비된다.
이들의 여행은 한국 관광에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급 소비나 장기 체류가 아니어도, 충분히 생동감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에너지와 체험이 관광을 움직인다.
가볍게 와서 마음껏 놀고 가는 사람들. 필리핀 관광객의 발랄한 리듬이 오늘도 한국 거리를 더 시끄럽고, 더 밝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