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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월드 스케치|시즌 1] 한 나라, 한 장면② 이탈리아 로마 포로 로마노

국가 이전에 공공이 먼저 존재한 공간
문명이 국가 형성의 기준이 된 사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이탈리아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는 로마다. 수많은 유적과 광장이 겹쳐진 이 도시는 하나의 박물관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포로 로마노가 있다. 관광객에게 이곳은 폐허로 남은 고대 유적이지만, 국가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포로 로마노는 이탈리아라는 국가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이미 공공의 개념이 작동하던 공간이었다.

 

로마 제국은 사라졌지만, 그 공간은 폐기되지 않았다. 국가 이전에 형성된 질서와 공공성은 이후 수많은 정치 체제를 거치며 기준점으로 남았다. 이탈리아는 통일이 늦은 나라였지만, 국가를 설명하는 장면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포로 로마노는 그 출발점에 해당하는 장소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포로 로마노는 로마 공화정과 제정의 핵심 공간이었다. 정치, 종교, 사법, 상업이 한곳에 모여 작동하던 장소였다. 국가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부터 공공의 삶은 이미 공간으로 구현돼 있었다. 이 점에서 포로 로마노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국가 원형의 증거다.

 

이곳에서 시민은 권력을 목격했다. 원로원이 자리했고, 재판이 열렸으며, 공식 의례가 반복됐다. 권력은 폐쇄된 궁전이 아니라 열린 광장에서 드러났다. 공공성은 로마 정치의 핵심 원리였다.

 

이탈리아가 이 공간을 국가 상징으로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대 국가 이전의 유산이 현재의 정체성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의 이탈리아는 새로운 상징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기준을 계승했다. 포로 로마노는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오늘날에도 이 장소는 국가 이미지를 대표한다. 로마를 상징하는 장면은 대부분 이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국가는 자신보다 오래된 공간을 통해 자신을 설명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성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포로 로마노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간이었다. 처음부터 계획된 국가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교환이 이루어지며 기능이 축적됐다. 공간은 사용되며 정치화됐다.

 

공화정 시기, 이곳은 시민 정치의 중심이 됐다. 법이 논의되고 결정되는 과정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공간은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동의 무대였다. 이는 이후 서구 정치 전통의 기초가 된다.

 

제정 시기에는 위상이 더욱 강화됐다. 개선문과 신전이 들어서며 권력의 시각적 연출이 추가됐다. 그러나 기본 구조는 유지됐다. 권력은 여전히 공공 공간 위에서 작동했다.

 

이러한 축적은 단절 없이 이어졌다. 로마가 쇠퇴한 이후에도 공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폐허가 되었지만 기준은 남았다. 포로 로마노는 문명이 국가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로마 제국의 몰락 이후 포로 로마노는 방치됐다. 중세 동안 이곳은 목초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공간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폐허는 또 다른 기억의 형태로 남았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이 공간은 다시 호출됐다. 고고학 발굴이 진행되며 국가적 관심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통일 이후 포로 로마노는 국가 유산으로 재정의됐다. 폐허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기원이 됐다.

 

복원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완전한 재현보다는 드러내는 방식이 택해졌다. 시간의 층위가 그대로 노출되도록 관리됐다. 과거를 하나로 정리하지 않는 태도가 유지됐다.

 

그 결과 포로 로마노는 살아 있는 유적이 됐다. 특정 시대를 대표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시대가 동시에 읽힌다. 이탈리아 국가 정체성의 복합성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오늘날 포로 로마노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콜로세움과 함께 로마 여행의 핵심 코스로 자리한다. 수많은 방문객이 이곳을 거닐며 사진을 남긴다. 관광 산업에서도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소비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국가 교육과 문화 담론의 중심에 여전히 놓여 있다.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탈리아는 이 공간을 통해 자신을 가르친다.

 

정치적 상징으로의 기능도 유지된다. 국가 행사와 담론에서 로마의 유산은 반복 호출된다. 현대 국가가 고대를 참조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자연스럽다.

 

이탈리아라는 국가는 늦게 탄생했지만, 기준은 오래됐다. 포로 로마노는 그 기준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국가는 공간보다 젊다. 이 역전된 시간감각이 이 나라의 특징이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포로 로마노는 이탈리아가 어떤 국가인지를 설명한다. 새로운 상징을 만들기보다 축적된 기준을 선택한 나라다. 국가보다 오래된 공공성을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 선택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 공간을 이해하면 이탈리아의 방식이 보인다. 단절보다는 연속을, 파괴보다는 노출을 택해왔다. 국가는 문명의 결과로 자리 잡았다. 포로 로마노는 그 얼굴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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