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류 관광의 출발점은 여전히 서울이다. 그러나 최근 인바운드 관광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목적지의 지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늘어난 것보다 더 주목할 변화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과 이동 동선이 서서히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방문 비율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 다만 최근 조사에서는 서울 방문 비중이 소폭 낮아진 반면, 비수도권 지역 가운데 경상권 방문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일극 구조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류 관광을 매개로 한 지역 이동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촬영지와 공연장이 만든 새로운 관광 동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콘텐츠와 직접 연결된 공간이 있다. 드라마·영화 촬영지, K팝 공연장, 팬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여행의 주요 목적지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한류 팬 관광객은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가 만든 지점을 기준으로 이동 동선을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여전히 관문 역할을 한다. 입국과 첫 체류, 공연 관람, 쇼핑 등 핵심 일정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일정에서는 촬영지나 관련 이벤트를 따라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상권 방문 비중의 증가는 이러한 흐름이 통계로 드러난 결과다. 콘텐츠가 특정 지역을 단번에 관광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심’에서 ‘서울 경유’로 바뀌는 구조
이 같은 변화는 관광의 구조적 전환과 맞물려 있다. 과거 외국인 관광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단일 동선이 일반적이었다. 일정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됐고, 지방 방문은 선택적 요소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류 팬 관광객은 콘텐츠를 기준으로 여행을 설계하면서, 서울을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자유여행 비중이 높아진 인바운드 관광 구조와도 연결된다. 단체여행처럼 정해진 루트를 따르기보다, 개인이나 친구 단위로 이동하면서 지역 간 이동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고속철도와 국내 항공, 지역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되면서, 한류 관광객의 이동 반경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지역 관광의 기회와 한계
지역 입장에서는 한류 관광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특정 촬영지나 공연장이 단기간에 주목을 받으면서, 기존 관광 자원과 결합한 상품 개발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마 촬영지를 중심으로 체험 프로그램이나 연계 관광 코스를 운영하며 한류 수요를 흡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콘텐츠 인기에만 의존한 관광은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방문을 유지할 수 있는 콘텐츠 해석과 체험 요소, 교통과 안내 체계, 외국어 정보 제공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일회성 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류 관광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촬영지 그 이후’를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류가 만든 지역 이동, 이제는 설계의 문제
한류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이 이동을 어떻게 지역 관광으로 연결하느냐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콘텐츠와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기획과, 한류 팬 관광객의 여행 방식에 맞춘 정보 제공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 다음의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류 관광의 다음 단계는 ‘확산’이 아니라 ‘설계’다. 콘텐츠가 만든 관심을 지역 체류와 소비로 전환할 수 있을 때, 인바운드 관광의 지도는 비로소 달라질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공간 이동이 여행 방식과 소비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