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태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생각보다 느리게 시작된다. 유명 관광지를 먼저 찍기보다, 숙소 근처 카페에 앉아 동네 분위기부터 살핀다. 골목을 걷고 작은 상점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시간이 일정의 앞부분을 채운다. 여행의 출발점이 ‘명소’가 아니라 ‘공간의 기분’이라는 점에서 태국인의 한국 여행은 결이 다르다.
동남아 시장이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쇼핑에 집중하고, 누군가는 한류를 좇는다. 그중 태국 관광객은 비교적 자유롭고 일상적인 여행을 택하는 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태국은 자유여행 비중이 높은 대표 시장으로 분류된다.
여행에 익숙한 시장, 태국 관광객의 안정적 수요
태국은 오래전부터 한국과 관광 교류가 이어져 온 국가다. 항공편이 촘촘하고 비행시간 부담도 크지 않다. 주말을 끼워 짧게 다녀오는 여행도 가능하다. 한국이 ‘큰맘 먹고 가는 해외’라기보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여행지에 가깝다.
그래서 방문 흐름도 안정적이다. 갑자기 늘거나 급격히 줄기보다, 일정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다. 특정 시즌이나 이슈에 덜 흔들리는 편이다. 한국을 여러 번 다녀온 경험자도 적지 않다.
여행 경험이 축적된 시장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첫 해외여행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다녀본 뒤 선택하는 목적지다. 비교 끝에 다시 찾는 여행지라는 의미다.
한류를 넘어 체험으로, 달라진 여행의 이유
태국 관광객에게도 K-팝과 드라마는 여전히 강력한 동기다. 촬영지나 관련 매장을 찾는 일정이 빠지지 않는다. 다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류는 출발점일 뿐, 여행 전체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음식과 카페, 거리 풍경 같은 생활 요소에 더 오래 머문다. 시장 골목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고, 동네 상점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행이 ‘관광 코스 소비’라기보다 ‘도시 체험’에 가깝다.
일정표도 느슨하다. 계획대로 움직이기보다, 현장에서 발견한 공간을 즉흥적으로 추가한다. 태국 관광객의 여행은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의 리듬을 따른다.
카페 거리와 동네 상권, 태국 관광객의 실제 동선
태국 관광객의 발걸음은 대형 랜드마크보다 개성 있는 동네로 향한다. 연남동과 성수동, 익선동처럼 골목과 상점이 살아 있는 지역이 인기다. 사진을 찍고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면세점 한 곳에서 큰 지출을 하기보다는, 작은 가게 여러 곳에서 나눠 소비한다. 소품숍, 편집숍, 카페가 자연스럽게 동선에 포함된다. 소비가 넓게 퍼지는 구조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이다. 유명 관광지 밖에서도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태국 관광객의 여행은 도시 곳곳으로 스며든다.
가볍게, 그리고 다시 오는 체류 전략
체류 기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중간 수준이다. 대신 일정이 빡빡하지 않다. 하루에 많은 곳을 돌기보다, 여유 있게 걷는다. 여행 피로도가 낮다.
그래서 만족도가 높다. 무리하지 않는 일정은 ‘다음에도 다시 오고 싶다’는 감정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태국 관광객 중에는 한국을 여러 차례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여행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인 선택지에 가까워진 셈이다. 필요할 때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도시. 태국 관광객에게 한국은 그런 곳이 되고 있다.
태국 관광객이 보여주는 여행의 또 다른 방향
태국 관광객의 여행 방식은 한국 관광에 다른 질문을 던진다. 더 많이 쓰게 하는 대신, 더 오래 머물게 할 수는 없을까. 더 화려한 명소보다, 더 걷기 좋은 동네가 필요한 건 아닐까.
이들의 여행은 크지 않지만 고르게 퍼진다. 급격한 변화 대신 꾸준함으로 시장을 지탱한다. 관광의 ‘기초 체력’을 만들어주는 흐름이다.
조용히, 그리고 반복해서 찾아오는 여행자들. 태국 관광객이 만드는 이 느긋한 리듬이 한국 관광의 풍경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