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과거의 여행이 유명 랜드마크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점(點)의 관광’이었다면, 현재 미국 MZ세대가 추구하는 여행은 현지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는 ‘선(線)과 면(面)의 여정’으로 변모했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발표한 ‘미국 관광시장 내 경험 중심의 여행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은 이제 단순한 일탈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을 증명하는 고도의 ‘라이프스타일 소비’로 정의된다. 랜드마크 대신 골목길… '일상의 비일상화'미국 Z세대의 약 32%가 해외 여행지에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현지 슈퍼마켓 방문’을 꼽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에게는 에펠탑이나 타임스퀘어보다 현지인이 먹고 마시는 식재료, 동네 작은 카페의 단골들, 이름 모를 골목의 정취가 더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다. 짧은 일정에 여러 도시를 바쁘게 옮겨 다니던 '도장 깨기'식 여행은 가고, 한 도시에서 최소 일주일 이상 머물며 단골 가게를 만드는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회적 교류와 정체성 형성의 장여행의 목적 또한 ‘보는 것’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동했다. 조사 결과 Z세대의 74%가 새로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베트남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활기찬 장면에서 시작된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대형 쇼핑몰과 번화가로 향하고, 일정에는 한류 콘텐츠와 연관된 장소가 빠지지 않는다. 여행의 출발점이 ‘보고 싶은 곳’보다 ‘경험하고 싶은 장면’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인의 한국 여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한 규모와 관심도 모두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을 처음 찾는 비중이 높고, 여행 방식은 아직 고정되지 않았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고, 반응도 즉각적이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베트남은 방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국가로 분류된다. 베트남 관광객의 움직임은 한국 관광의 미래 수요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다. 가장 빠르게 커지는 시장, 베트남 관광객의 등장 베트남은 최근 몇 년간 한국 방한 관광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장 시장 중 하나다. 항공 노선 확대와 소득 수준 변화, 한류 확산이 맞물리며 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한국 여행은 이제 일부 계층의 경험이 아니라, 대중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은 전년 대비 증가 폭이 큰 국가로 언급된다. 규모 자체는 아직 상위권 국가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 속도만큼은 가장 가파르다. 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네덜란드 남서부 해안에는 바다를 막는 거대한 구조물이 이어진다. 델타워크(Delta Works)는 단일 건축물이 아니라 국가가 설계한 체계다. 이곳은 자연재해 이후 세워진 응급 대응 시설이 아니다. 네덜란드는 이 공간을 통해 국가 운영의 방식을 선언했다. 이 나라는 바다와의 전쟁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물을 관리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국가는 자연을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제도의 일부로 편입했다. 델타워크는 네덜란드 국가 정체성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다. 국가는 지리적 조건 자체가 위기였다. 생존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였다. 델타워크는 그 전제를 제도로 바꾼 결과다. 1953년 북해 대홍수는 결정적 계기였다. 1800명 이상이 사망하며 국가는 방향을 강요받았다. 임시 복구가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 필요했다. 국가는 장기 계획을 선택했다. 델타워크는 방재 시설을 넘어선다. 수문과 방조제, 이동식 차단 구조물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자연을 통제하지 않고 조건화했다. 국가는 힘이 아니라 계산을 앞세웠다. 그래서 이 장소는 네덜란드를 설명한다. 국경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출발부터 다르다. 짧은 방문을 전제로 한 일정이 아니라, 여러 도시를 잇는 여정을 상정하고 한국을 찾는다. 공항을 나선 뒤 곧장 명소로 향하기보다, 이동 계획과 체류 흐름을 먼저 그린다. 여행의 시작이 ‘장소’가 아니라 ‘구성’이라는 점에서 미국인의 한국 여행은 구조적으로 깊다. 장거리 이동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광객은 비교적 긴 체류를 선택한다. 한 번의 방문으로 한국을 압축 소비하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경험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은 방한 규모 이상으로 체류와 소비의 밀도가 높은 집단으로 평가된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미국은 체류 기간이 길고, 방문 지역이 분산되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분류된다. 미국 관광객의 움직임은 한국 관광이 ‘짧은 방문지’를 넘어 ‘목적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멀지만 깊게, 미국 관광객의 선택 미국은 한국 방한 관광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먼 시장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찾는 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거리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찾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방한 외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프놈펜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툴슬렝은 원래 고등학교였다. 교실은 감방으로 바뀌었고, 칠판은 고문 기록으로 대체됐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체제의 내부였다. 캄보디아는 이 공간을 철거하지 않았다. 툴슬렝은 국가가 실패했던 순간을 보존한 장소다. 영광도, 승리도 아닌 붕괴의 기록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런 기억을 지운다. 캄보디아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툴슬렝은 크메르루주 정권의 핵심 기관이었다. 체제에 의심받은 이들은 이곳을 거쳐 처형장으로 이동했다. 국가 폭력은 비밀이 아니었다. 행정처럼 운영됐다. 이 공간은 권력이 어떻게 일상화되는지를 보여준다. 교실 배치는 그대로 유지됐다. 질서는 유지됐고, 인간성만 제거됐다. 국가는 폭력을 구조 안에 배치했다. 툴슬렝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다. 수감자 기록, 사진, 자백 문서가 남아 있다. 학살은 감정이 아니라 행정으로 실행됐다. 체제는 스스로를 문서화했다. 그래서 이 장소는 예외가 아니다. 크메르루주 국가 자체의 축소판이다. 이곳을 보면 정권의 성격이 드러난다. 툴슬렝은 국가의 내부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1975년 크메르루주는 프놈펜을 장악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대만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유독 느긋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공항을 나선 뒤 곧장 유명 관광지로 향하기보다는, 숙소 근처 카페에 앉아 하루의 리듬을 잡는다. 여행의 출발이 ‘일정 소화’가 아니라 ‘분위기 적응’이라는 점에서 대만인의 한국 여행은 한결 여유롭다. 짧지 않은 체류 기간과 비교적 단순한 동선, 그리고 반복 방문이 결합되면서 대만 관광객은 한국에서 점점 더 ‘익숙한 손님’이 됐다. 낯선 여행지에 대한 긴장감보다, 이미 알고 있는 공간을 다시 찾는 안정감이 강하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대만은 재방문 비중이 높고, 여행 만족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시장으로 분류된다. 대만 관광객의 움직임은 한국 관광이 지향할 수 있는 ‘관계형 여행’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가깝고 편한 선택, 대만 관광객의 꾸준한 발걸음 대만은 한국 방한 관광에서 규모 대비 존재감이 큰 시장이다. 정치·외교 변수에 따른 변동 폭이 크지 않고, 항공 접근성과 문화적 친숙함이 여행 수요를 안정적으로 떠받쳐왔다. 회복 국면에서도 대만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일상적인 흐름을 되찾았다. 대만은 방한 외래객 수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급격한 증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유독 조용하게 시작된다. 공항에서 곧장 명소로 향하기보다, 숙소 근처 골목을 걷고 편의점에 들르는 장면이 먼저 그려진다. 여행의 출발점이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본인의 한국 여행은 다른 국가와 뚜렷이 구분된다. 체류 기간은 짧지만 방문 횟수는 잦다. 한 번에 많은 것을 보려 하기보다는, 익숙한 도시를 여러 차례 나눠 찾는다. 이 때문에 일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늘 새롭다기보다, 점점 더 ‘생활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일본은 재방문 비중이 높은 대표 시장으로 분류된다. 일본 관광객의 움직임은 한국 관광을 일회성 소비가 아닌, 반복되는 일상형 경험으로 바꾸는 역할을 해왔다. 가장 꾸준한 이웃, 일본 관광객의 일상적 귀환 일본은 한국 방한 관광에서 가장 안정적인 시장 중 하나다. 정치·외교 변수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의 교류가 유지돼 왔고, 항공 노선과 접근성은 이 흐름을 뒷받침해왔다. 회복 국면에서도 일본 관광객의 귀환은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다. 일본은 방한 외래객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급격한 증가나 감소보다는, 일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바르샤바 구시가지는 오래된 도시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전후에 다시 만들어진 공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이 지역은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도시의 역사와 기억은 물리적으로 지워졌다. 폴란드는 이 폐허 앞에서 국가의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폴란드는 잔해 위에 새로운 도시를 짓지 않았다. 과거를 복원하는 길을 택했다. 바르샤바 구시가지는 단순한 재건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다시 세운 결과다. 이 도시는 폴란드가 스스로를 어떻게 기억하기로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바르샤바 구시가지는 폴란드가 살아남았다는 증거다. 국가는 지도에서 사라졌던 경험을 반복해왔다. 파괴는 낯선 사건이 아니었다. 이 도시는 생존의 상징이 됐다. 전쟁으로 완전히 무너진 공간을 다시 세운 선택은 이례적이었다. 대부분의 국가는 폐허 위에 새로운 구조를 얹는다. 폴란드는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복원했다. 기억을 국가의 기초로 삼았다. 이 선택은 정치적이었다. 단순한 미관 복원이 아니었다. 국가가 연속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바르샤바는 끊기지 않았다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이 도시는 국가를 대표한다. 현재의 폴란드를 설명하지만, 과거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하루는 대체로 비슷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공항을 나서면 곧장 서울로 향하고, 일정이 조금 더 길어질 경우 목적지는 제주로 이어진다. 여행의 출발점과 동선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중국 관광객의 움직임은 유독 또렷하다. 짧은 체류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여행은 빠르고 밀도가 높다. 무엇을 보고, 어디서 먹고, 어디에 돈을 쓸지에 대한 선택이 이미 정리된 상태로 한국을 찾는다. 이런 여행 방식은 개인 취향이라기보다, 중국 관광 시장이 형성해온 집단적 패턴에 가깝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중국 관광객은 방한 외래객 시장에서 가장 구조적인 특징을 보이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중국인의 여행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한국 관광의 현재 구조를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시장, 중국 관광객의 귀환 중국 관광객은 한국 방한 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다. 항공 노선, 비자 정책, 한류 이슈 등 외부 변화가 생길 때마다 여행 수요가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회복 국면에서도 중국 시장은 변동 폭이 컸지만, 관심 자체는 꾸준히 유지돼 왔다. 실제로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을 보면 중국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호찌민시 중심부에 자리한 통일궁은 베트남 현대사의 전환점이 된 장소다. 이 건물은 관광객에게는 사진 속 배경으로 소비되지만, 국가에게는 체제의 종착지에 가깝다. 전쟁은 이곳에서 끝났고, 국가는 이 장면을 공식 기억으로 채택했다. 통일궁은 베트남이 스스로를 정의한 마지막 전쟁의 무대다. 베트남은 전쟁을 박제하지 않았다. 대신 종료의 순간을 공간으로 고정했다. 폐허가 아닌 건축을 남겼고, 파괴가 아닌 점령의 장면을 선택했다. 통일궁은 베트남 국가가 승리를 관리하는 방식이 드러난 장소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통일궁은 베트남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난 자리다.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 탱크가 이 건물로 진입했다. 총성이 멈춘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국가는 이 장면을 시작이 아닌 종결로 규정했다. 이 건물은 단순한 관저가 아니었다. 남베트남 정권의 권력이 작동하던 중심이었다. 그 공간을 점령했다는 사실은 체제 교체를 의미했다. 국가는 승리를 장소로 증명했다. 베트남은 이 건물을 철거하지 않았다. 대신 이름을 바꾸고 기능을 남겼다. 적의 권력을 국가의 역사로 편입시켰다. 통일궁은 그 흡수의 결과다. 그래서 이 장소는 국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