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트래블) 박민영 기자 = 세계는 지금 하늘길을 넓히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 항공 여객 수요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신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재 약 170개의 신공항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8곳의 신공항 사업이 추진 중이며, 이들 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관광산업의 판도를 바꿀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정 지연, 환경 논란,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난제가 얽혀 있어, 활주로가 열릴지 논쟁만 길어질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부산 가덕도에서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애초 2035년 개항 예정이었지만, 2030 세계박람회 유치와 맞물리며 목표 시점이 2029년으로 앞당겨졌다. 그러나 최근 시공사와의 계약이 중단되며 일정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약지반과 해상 활주로 건설이라는 기술적 난관이 겹쳐, 실제 개항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륙에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군위·의성 일대에 민간공항과 군 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영남 내륙권의 관광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의 유교문화, 경주의 역사유적, 문경의 트레킹 코스 등 내륙 관광 자원이 공항과 연결되며 새로운 관광 루트가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
제주는 여전히 제2공항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성산읍 부지에 건설될 예정이지만, 철새 도래지 중첩과 기후 위기, 주민 반대 등으로 환경영향평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했지만, 착공과 개항 시점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관광객 수용 능력 확대와 생태 보존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다.
서해안에서는 새만금 국제공항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신항만과 산업단지, 관광단지를 아우르는 복합개발의 중심축으로 설계된 만큼, 서해안 국제 물류·관광 허브로 도약할 기반이 될 전망이다. 다만 군산공항과의 거리, 무안공항과의 경쟁, 낮은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 0.479) 등으로 경제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도서 지역의 활주로도 눈길을 끈다. 울릉공항은 당초 2025년 개항 예정이었지만, 공사 지연과 안전성 검토 등의 이유로 2028년 상반기로 개항 시점이 늦춰졌다. 국내 최초의 해상공항으로, 울릉도의 독특한 자연경관과 해양 생태계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인천 백령도에는 2026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한 소형 공항이 들어선다. 군사적 의미와 함께 서해 최북단 관광지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된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공항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일정이 계속 지연 중이다. 생태 관광지로서의 가치와 개발 필요성이 충돌하며,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의 방향성을 묻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는 군공항을 활용한 민간공항 겸용안이 논의되며,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 규모를 축소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 중이다.
신공항 건설은 단순한 교통 확장이 아니다. 지역 균형발전, 국가 물류 경쟁력, 관광 산업 확장과 맞물린 전략적 과제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 부담과 환경 파괴, 지역사회 갈등이라는 삼중 난제를 풀지 못한다면, 활주로는 관광객 대신 논쟁만 실어 나를지도 모른다.
한국의 8곳 신공항이 과연 여행의 지도를 다시 그릴 자산이 될지, 아니면 끝없는 논쟁의 무대에 머물지, 시계는 여전히 째깍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