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손대지 않은 열대우림, 안데스 고원의 거대한 봉우리, 갈라파고스의 고요한 바다 - 에콰도르는 자연의 스펙터클이 살아 숨 쉬는 땅이다. 하지만 그 풍경 뒤에는 범죄의 급증, 사회적 불안, 정치적 충돌이 깊은 균열을 만들고 있다. 화려한 풍경 뒤의 현실을 이해할 때, 에콰도르는 비로소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에콰도르는 한국보다 13시간 늦으며, 통화는 미국달러(USD)를 공식 통화로 사용한다. 스페인어가 주 언어이며, 관광지 중심으로 영어가 통한다. 전력은 대부분 지역에서 110-120V / 60Hz 체계를 따르며, 고지대 이동 시 고산 병 증상에 주의가 필요하다.
치안과 안전 상황
에콰도르의 범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2023년에는 전국적으로 약 8,000건에 이르는 살인 사건이 기록됐고,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은 약 44명 수준으로 중남미 최고 수준 중 하나였다. 2024년 초 반짝 하락세를 보였으나, 2025년 들어 다시 폭력범죄, 갱단 간 세력 다툼, 마약 운송로 확보 경쟁으로 인해 사망자 수가 재차 증가했다.
특히 과야스(Guayas) 주와 마나비(Manabí), 엘 오로(El Oro), 피친차(Pichincha) 주 등이 범죄 중심지로 지목된다. 해안 지역과 인접한 항구, 북부 국경지역(에스메랄다스(Esmeraldas), 수쿰비오스(Sucumbíos) 주)는 납치·공격·무장 강도 등 위험이 높다. 공항이나 택시, 숙소 같은 곳에서도 절도 피해, 강도 사건 등 피해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키토(Quito), 과야킬(Guayaquil), 과에네스(Cuenca)의 번화가에서는 야간 외출 자제와 귀중품 노출 최소화가 중요하다.
정치적 불안과 시위
2025년 에콰도르 정부는 연료 보조금 철폐, 세금 및 부가가치세(VAT) 인상 등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했다. 특히 북부 지역과 고지대, 원주민 공동체 중심으로 저항이 거세며, 시위 중 도로 차단, 경찰과 충돌이 잦았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예측치 못한 폭력 사태로 번지는 경우가 있으며, 대통령 차량이 공격받는 사건도 발생했다. 현지 당국은 일부 주에 비상사태(state of emergency)를 선포했으며 공공집회 제한, 야간 통행 제한 등 조치가 취해졌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
에콰도르인은 보통 친절하고 환대가 있으며, 가족 중심적이고 공동체 및 지역 사회 가치가 강하다. 그러나 외국인, 특히 여행자로서 현지인과의 거리 조절이 필요하다. 과도한 친밀함이나 무리한 대화 참여는 경계를 낮추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고가의 귀중품 노출, 값비싼 시계·보석 착용은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사진 촬영 시에는 특히 시위 현장이나 정부·군사 시설 주변, 원주민 지역 근처에서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좋다.
여행자 행동 지침
도심 번화가, 공항, 버스 정류장, 관광지에서 소매치기·가방 강탈 피해가 자주 발생하므로, 귀중품은 몸 가까이 두고 여러 장소에 분산 보관한다. 여권 복사본을 나눠 소지하는 것이 좋다. 택시 이용 시에는 공식 택시나 앱 기반 차량을 이용하고, 요금과 차량 번호를 탑승 전에 확인한다. 비공식 택시는 피해야 한다.
고지대나 산악 지역 관광을 계획할 경우, 날씨 변화와 고산병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에 여유를 두고 준비한다. 북부 국경 지역, 특히 콜롬비아 국경 인접 지역, 수쿰비오스, 에스메랄다스 북부 등은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이 지역 여행은 피하거나 전문 가이드 동행이 바람직하다.
건강, 접종 및 기타 유의사항
여행 전 황열병 예방 접종을 확인해야 하며, 콜롬비아·페루·브라질 등 국가들 체류 후 입국할 경우 증명서를 요구하는 조항이 있다. 수도 키토의 고지대는 해발 약 2,800m로 고산병 위험이 있으므로, 고도 적응을 위한 휴식 및 체력관리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여행자 보험 가입과 응급 의료책 준비가 필수적이다. 농촌 지역이나 외진 지역에서는 의료시설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에콰도르는 생명력과 자연미가 넘치는 나라다 - 안데스 산맥의 고요, 파커 데 갈라파고스의 독특함, 커피 재배지의 그림 같은 풍경은 여전히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풍경은 범죄, 폭력, 사회적 갈등이라는 그림자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자는 미소 속의 현실도 함께 느낄 줄 알아야 하며, 경계 없는 발걸음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의 극적인 대비가 빚어낸 이 땅에서 - 아름다움은 오직 경계 위에서 각성한 시선에게만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