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기자]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의 희생자 유족 14명이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의 보잉(Boeing)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국제항공사건 전문 로펌 허만 로그룹(Herrmann Law Group)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주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사건번호 25-2-30195-8 SEA로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소송의 핵심은 사고 항공기(보잉 737-800 모델)에 탑재된 전기 및 유압 시스템이 1958년에 처음 설계된 구식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인해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는 수단을 박탈당했다는 주장이다.

소장에 따르면, 제주항공 2216편은 착륙 중 무게 약 1파운드의 바이칼 가창오리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했다. 원고 측은 이 충돌 이후 랜딩기어, 리버스 스러스터(역추진 장치), 플랩, 슬랫, 스포일러 등 착륙 전후 항공기 감속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류 충돌 직후 좌측 엔진 정지, 우측 엔진 추력 55%까지 하락 외에도 발전기의 교류 전력 생산 실패, 배터리 백업 전원 공급 실패, 전기 버스 크로스타이 작동 불능,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 트랜스폰더의 동시 작동 중단 등 '시스템 고장의 연쇄 반응'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 수석 변호사인 찰스 허만은 "보잉은 이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조종사 탓'으로 돌리는 낡고 진부한 전략을 반복하고 있다"며, 사망한 조종사들은 자신을 변호할 수 없는 '쉬운 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족들이 "진실을 말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미국 법정에서 정의를 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장은 또한 보잉의 '안전 우선' 문화가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 인수 이후 '이윤 추구' 중심으로 변질됐으며, 2001년 본사 시카고 이전이 엔지니어링 중심 전통에서 멀어진 것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보잉이 1968년 첫 737기부터 사고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핵심 전기 및 유압 구조를 현대화하지 않았으며, 백업 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업그레이드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는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경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했으며, 보잉 737-800 기종인 제주항공 2216편(방콕발 무안행)이 착륙 중 랜딩기어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은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끝을 넘어 계기착륙시스템(ILS) 안테나 지지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만 변호사는 "숙련된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간신히 활주로로 되돌렸지만, 모든 시스템의 실패로 인해 안전하게 착륙할 수단을 박탈당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