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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아테네 & 멕시코시티…이름 따라 도시 여행 ⑭

시간의 이름, 문명이 남긴 영원의 도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에는 시대가 묻어난다. 그 이름이 불리던 순간의 공기, 돌로 쌓인 문명,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숨결이 함께 스며 있다. 아테네와 멕시코시티는 그 증거다. 두 도시는 각각 서양과 중남미 문명의 중심에서 시작해, 시간의 흔적을 품은 채 오늘의 도시로 살아 있다.

 

신화와 신전, 신앙과 혁명의 이야기가 뒤섞인 이곳에서 ‘이름’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역사의 기억이 된다. 도시가 무너져도 이름은 남고, 이름이 불릴 때마다 문명은 다시 깨어난다. 아테네와 멕시코시티, 이 두 곳은 그렇게 시간 위에서 영원을 견디는 법을 알고 있다.

 

 

◇ 아테네, 지혜의 여신이 남긴 이름

고대 그리스의 심장부, 아테네. 이 도시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서 이름을 얻었다. 그리스인들은 지혜와 전쟁의 신에게 도시를 바쳤고, 그 이름은 이후 서양 문명의 상징이 됐다. 아크로폴리스의 대리석 기둥은 여전히 하얗게 남아 있으며, 시간의 풍화에도 꿋꿋이 서서 ‘문명’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아테네는 파르테논 신전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기원, 철학의 발상지, 그리고 유럽 사상의 중심이었던 이 도시는, 위기와 부흥을 반복하며 오늘의 도시로 진화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 도시는 ‘시간의 층’을 품은 거대한 박물관과 같다.

 

오늘의 아테네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지 않는다. 신화의 도시가 아닌, 시민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거리의 카페와 광장에서, 젊은 세대는 예술과 토론으로 도시를 다시 쓰고 있다. 이름 속에 새겨진 ‘지혜’는 이제 삶의 방식이 됐다.

 

 

◇ 멕시코시티, 태양의 신이 남긴 이름

태양의 땅 위에 세워진 멕시코시티는 ‘메시카(Mexica) 민족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다. 한때 신의 계시를 따라 독수리가 뱀을 물고 선 선인장 위에 세운 도시, 테노치티틀란이 그 시작이었다. 거대한 호수 위에 지어진 수도는 이후 스페인의 침략으로 무너졌지만, 이름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멕시코시티의 땅 아래에는 두 개의 도시가 겹쳐 있다. 하나는 아스텍의 유산을 품은 고대의 도시, 다른 하나는 스페인 식민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근대의 도시다. 대성당의 그림자 아래엔 사원의 돌기둥이 있고, 거리의 이름에는 식민과 저항의 시간이 공존한다.

 

이 도시는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1985년 대지진, 2000년대 대기 오염의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이 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름을 기억했고, 이름이 곧 생명력이 됐다. ‘멕시코시티’라는 이름은 그렇게 회복의 상징이자, 시간 위의 선언으로 남았다.

 

◇ 시간 위의 도시, 이름으로 남은 문명

아테네와 멕시코시티. 두 도시는 서로 다른 대륙에 있지만, 놀랍게도 닮았다. 인간이 시간과 싸우며 남긴 흔적, 그 흔적 위에서 다시 일어서는 의지. 신전과 광장, 화산과 피라미드, 그 모든 것이 결국 인간의 이름으로 엮여 있다.

 

도시의 이름은 결국 인간이 시간에게 남긴 시(詩)다. 지혜의 여신이 머문 언덕에서, 태양의 신이 깃든 호수 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삶의 문장을 새기고 있다. 문명이 사라져도 이름은 남는다. 그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지는, 영원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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