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남태평양의 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 섬, 괌과 사이판. 하얀 백사장 위로 밀려드는 코발트빛 파도와 푸른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낙원이다. 그러나 그 평화로움은 언제나 경계 위에 있다.
태풍의 길목에 놓인 자연, 느슨한 안전의식, 그리고 방심이 부르는 사고 - 이곳의 현실은 낭만만큼이나 냉정하다. 괌과 사이판은 ‘준비된 여행자’에게만 그 진짜 미소를 보여주는 남국의 섬이다.
◇ 치안과 안전 상황
괌과 사이판은 미군령 지역으로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편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을 노린 절도, 차량 침입, 음주 폭행 사건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특히 괌 투몬(Tumon) 지역과 사이판 가라판(Garapan) 중심가는 렌터카 안에 남겨둔 가방, 여권, 전자기기 등을 노린 범죄가 빈번하다.
야간 시간대에는 해변이나 외진 도로에서의 단독 이동을 피하고, 낯선 사람이 권하는 음료나 동행 제안은 경계해야 한다. 사이판에서는 음주운전, 스쿠터 사고가 자주 발생하며, 헬멧 미착용이나 비포장도로 주행으로 인한 부상 사례도 늘고 있다. ‘안전한 섬’이라는 인식이 방심을 부르고 있다는 점이 현지 경찰의 공통된 지적이다.
◇ 정치·사회적 긴장과 행정 체계
괌과 사이판은 모두 미국의 준자치령으로, 행정과 법 체계가 미국 연방법에 따라 운영된다. 정치적 시위나 사회적 불안은 거의 없으나, 최근 몇 년간 기후 재난 대응과 관광산업 회복을 둘러싼 예산 문제로 지방 정부와 연방 정부 간 갈등이 보도된 바 있다.
특히 2023년 괌을 강타한 태풍 ‘마와(Mawar)’ 이후, 복구 지연과 물가 상승이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었고, 주민 일부는 관광산업 편중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다만 여행자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며, 행정 체계는 대체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 문화와 사회적 규범
괌과 사이판의 주민들은 차모로(Chamorro)와 미크로네시아계가 주를 이루며, 가족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삶을 중시한다. 외국인에게는 친절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무례한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수영복 차림으로 상점이나 식당을 이용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며, 사진 촬영 시에는 반드시 허락을 구해야 한다.
종교적 행사가 많은 지역이므로, 교회나 마을 축제 방문 시 단정한 복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미국령인 만큼 마약, 대마, 전자담배 관련 규제는 엄격하며, 소지나 사용이 적발되면 체포될 수 있다. 휴양지라 해도 법의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 여행자 행동 지침
렌터카 이용 시 차량 안에는 어떠한 물건도 남겨두지 말고, 밝은 조명이 있는 공공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숙소 금고를 적극 활용하고, 현금과 여권은 분산 보관한다. 해변에서는 기상청 경고 깃발 색상(빨강·노랑)을 확인하고, 해류가 강할 때는 수영을 피한다. 태풍 예보가 발표되면 해안 접근을 중단하고, 호텔 안내와 주정부 지침에 따라 대피한다.
응급 상황 시에는 911로 신고할 수 있으며, 괌 메모리얼 병원(Guam Memorial Hospital)과 사이판 커먼웰스 헬스센터(CHCC)가 주요 의료 시설이다. 의료비가 높기 때문에 여행자보험 가입은 필수다.
◇ 건강, 기후 및 기타 유의사항
괌과 사이판은 열대 해양성 기후로 연중 기온이 27~30도를 유지하지만, 5월~11월은 태풍과 폭우가 잦은 우기다. 항공편 결항과 정전, 도로 통제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리조트 외부 관광 시에는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햇볕이 강하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상시 사용하고, 식수는 생수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해산물은 조리 상태를 확인한 뒤 섭취하며, 수상 스포츠는 보험 가입 여부와 장비 상태를 점검한 후 참여한다.
괌과 사이판은 여전히 남국의 낙원이다. 그러나 그 낙원은 태풍의 길목 위에 있고, 관광의 미소 뒤에는 현실의 질서가 숨어 있다. 태양이 찬란하다고 해서, 경계를 놓아서는 안 된다. 햇살보다 뜨거운 경계심을 지닌 여행자만이 이 섬의 평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괌과 사이판은 여유를 아는 자가 아니라, 현실을 이해한 자에게만 진짜 미소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