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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혁신 ①] FIT 시대의 길 찾기 혁명...한국 관광 안내 체계 대수술

"데이터가 표지판 언어를 결정한다"...대만 관광객 수 기반 다국어 표기 등 지역별 맞춤 전략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국 관광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대형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정해진 코스를 따라 움직이던 단체 관광(Package Tour)의 시대는 저물고, 스마트폰 지도와 함께 자신만의 속도로 구석구석을 누비는 개별자유여행(FIT, Free Independent Traveler)객이 주류가 됐다.

 

그러나 한국의 관광 인프라, 특히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오랫동안 획일적인 디자인과 자동차 중심의 정보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2025 지역 맞춤형 안내표지 컨설팅 사업'을 통해 낡은 표지판을 단순 교체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길 찾기 혁명'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표기 언어를 결정하다

 

길 찾기 혁명의 핵심은 '사용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영어, 일어, 중국어 등을 나열했지만, 실제 현장의 수요는 달랐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된 곳은 대구광역시 중구의 동성로 관광특구다. 컨설팅팀이 실제 관광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동성로 방문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으로 대만 관광객(중국어 사용권)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표기 방식 대신 중국어를 핵심 다국어 표기로 전면에 배치하는 데이터 기반의 전략이 도입됐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실제 외국인 관광객 6만여 명의 발자취가 표지판의 언어를 결정한 것이다.

 

길고 험한 산길 태백, 지형을 닮은 세로 지도로 승부수를 띄우다

 

지역의 지형과 특성을 안내 체계에 반영한 혁신 사례도 돋보인다.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는 도시 전체가 백두대간의 고산 지대에 위치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지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

 

컨설팅 결과, 태백시는 국내 최초로 '세로형 전체지도' 레이아웃을 도입했다. 기존의 가로형 지도는 긴 산책 코스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세로 지도는 도시의 고원 산책로와 하이킹 코스 중심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며 FIT 여행객들의 워킹 투어 수요에 정확히 부합했다.

 

차량 중심의 '도로 지도'를 벗어나 '도보 지도'를 전면에 배치한 태백의 안내표지는 "차 없이 떠나는 고원 트레킹 여행객들에게 가장 친절한 표지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내판은 홍보물이 아니다… 본연의 기능 지키기에 힘쓰다

 

단순한 지도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시도도 있었다.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는 핵심 관광지인 '정읍 9경'을 지도상에 개성 있는 랜드마크 아이콘으로 시각화해 지역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표지판의 본연의 기능인 '길 찾기'를 해칠 뻔한 일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는 지역 특산품이나 농산물 홍보용 이미지 삽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컨설팅팀은 안내표지가 '홍보물이 아닌 정보 제공 시설'이라는 원칙을 고수했고, 최종적으로 군더더기를 걷어낸 깔끔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완성해 현장의 만족도를 높였다.

 

예산 절감에 환경까지 잡는 모듈형 안내표지 제언

 

이번 컨설팅은 일회성 개선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기존 시설물의 본체는 유지한 채 지도나 정보가 바뀔 때 교체 가능한 '모듈형(Module Type) 안내표지' 도입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이 방식은 매번 시설물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 폐기물을 줄여 친환경적인 관광 인프라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지역 환경과 경관에 맞춰 밝은 배경/어두운 정보 등 다양한 색상 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디자인 유형을 다변화하자는 제언도 함께 나와, 향후 한국 관광 안내표지의 혁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행객의 취향과 데이터에 기반한 한국의 '길 찾기 혁명'. 이제 한국의 구석구석이 개별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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