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베트남은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가깝고 저렴한 여행지’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한 달 살기’ 목적의 장기 체류지로서 입지가 확고해지고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과 교민 사회가 확대되면서, 생활 인프라와 안전, 의료 접근성 등 체류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Numbeo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호치민의 생활비는 서울의 약 45% 수준, 하노이는 약 40% 수준으로 집계된다. 중급 레스토랑의 한 끼 식사 비용은 4~6달러, 1인 기준 월세 포함 체류비는 약 800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특히 현지 물가 대비 높은 서비스 품질 덕분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가성비 체류지’로 손꼽힌다.
안전성 역시 안정적이다. 베트남의 범죄율은 동남아 평균보다 낮고, 외국인 대상 강력범죄는 드물다. Numbeo의 치안 지수에서 하노이와 호치민은 각각 60점대 중반을 기록해 ‘보통 이상’으로 평가된다. 물론 야간 오토바이 절도나 택시 요금 과다 청구 등 경미한 사례는 존재하지만, 여행자나 체류자가 기본적인 주의만 기울이면 충분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

의료 시스템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하노이·호치민에는 한국인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과 국제의료센터가 다수 있으며, 주요 외국인 전용 병원은 영어 진료가 가능하다. 응급 서비스와 약국 접근성도 좋아 체류 중 불편이 적다. 다만, 보험 가입이나 해외의료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지털 인프라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Speedtest Global Index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베트남의 평균 고정 브로드밴드 속도는 120Mbps로, 아시아 중위권 수준을 기록한다. 대도시의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는 대부분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며, 장기 체류자나 원격근무자를 위한 공간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노이는 문화적 깊이가 돋보인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 ‘올드쿼터’와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도보 생활에 적합하며, 도시 곳곳에서 예술 전시와 음악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 호치민은 개방적이고 현대적인 도시다. 쇼핑몰, 루프탑 카페, 디지털 스타트업 센터 등이 집중돼 있으며, 외국인 체류자와 한국인 커뮤니티의 규모도 훨씬 크다.

기후는 덥고 습하지만, 계절별로 지역 선택의 폭이 넓다. 북부 하노이는 사계절에 가까운 기후를 보이고, 남부 호치민은 연중 여름에 가까운 날씨로 건기(11~4월)에 체류하기 좋다. 중부의 다낭은 두 도시의 장점을 절충한 ‘휴양형 워케이션 도시’로 급부상 중이다.
체류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다. 한국인은 45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며, 전자비자(e-visa)를 통해 최대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장기 체류를 원하는 경우, 비즈니스 비자나 현지 어학원 등록을 통한 체류 연장도 가능하다.
결국 베트남의 매력은 ‘비용 대비 안정감’에 있다. 물가, 안전, 인프라, 의료가 균형을 이루며, 한국과의 거리도 4시간 이내로 부담이 적다. 최근에는 워케이션과 디지털 노마드 비자 논의가 활발해, 2025년 이후에는 장기 체류 여건이 더 좋아질 전망이다.
베트남의 한 달 살기는 단순한 여행의 연장이 아니라, ‘생활의 실험’이 가능한 도시형 체류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유럽의 낭만, 남미의 자유, 동남아의 여유를 모두 절반의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나라. 지금,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현실적 낙원’으로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