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1 (화)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NT 특집] 미래 호텔 일자리 2035①…2035년, 호텔은 누가 운영할까

숙박업 인력 부족 860만 명, ‘인간 없는 호텔’의 시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2035년, 어느 도심의 호텔 로비. 투숙객은 키오스크 앞에서 얼굴 인식을 마치고, AI 도어봇이 짐을 방까지 안내한다. 객실 조명은 수면 리듬에 맞춰 자동 조정되고, 호텔 매니저는 다른 도시에서 원격으로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프런트 직원, 하우스키퍼, 컨시어지는 어디로 갔을까.

 

WTTC(세계여행관광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숙박업계는 약 860만 명의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수요 대비 18%에 해당한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람이 없는 호텔’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응 전략이 되고 있다.

 

 

AI가 운영하는 호텔, ‘인간 없는 환대’의 시대

호텔 산업은 이미 자동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객실 청소 로봇, 셀프 체크인 시스템, AI 고객 응대 챗봇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인력 공백을 메우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헨나호텔’은 로봇이 체크인부터 수하물 운반까지 담당하며, 미국의 ‘YOTEL’은 24시간 무인 시스템으로 투숙객을 맞는다. AI는 예약, 결제, 룸 컨트롤, 피드백 분석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서비스 자동화’가 아닌 ‘AI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이라 부른다. AI가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 전체 시스템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2035년의 호텔은 더 이상 숙박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로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가 될지도 모른다.

 

호텔리어의 재탄생…기술과 감정의 교차점

AI가 일상 업무를 대신하면서, 인간 직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안내나 예약 대신, 고객 경험 설계와 감정 관리,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새로운 직무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글로벌 체인들은 ‘AI 트레이너’, ‘감성 컨시어지’, ‘데이터 기반 매니저’ 같은 새로운 직책을 도입하고 있다.

 

WTTC는 이를 “호텔리어의 재정의”라고 표현한다. 기계가 효율을 책임진다면, 인간은 ‘공감’을 책임지는 시대. 호텔 산업의 본질인 ‘환대(hospitality)’는 여전히 사람의 감정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호텔리어는 기술을 다루는 숙련자이자, 고객 감정을 해석하는 예술가가 돼야 한다.

 

원격 근무형 매니저, 국경 없는 운영

2035년의 호텔은 국경을 초월한 ‘클라우드형 경영’으로 바뀔 가능성도 높다. 호텔 매니저는 한 도시의 현장을 직접 돌지 않아도, AR(증강현실)과 IoT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미 메리어트와 힐튼은 일부 지역에서 ‘하이브리드 매니지먼트’를 시범 도입했다. 한 명의 매니저가 여러 지점을 원격으로 통제하고, AI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즉시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호텔 일자리의 경계를 완전히 새롭게 그린다. 근무지는 더 이상 ‘로비’가 아니라 ‘클라우드’, 직함은 ‘지배인’이 아니라 ‘데이터 오퍼레이터’가 될지도 모른다.

 

인간 없는 효율, 인간이 만든 감동

AI가 호텔의 효율을 극대화할수록, ‘인간이 남겨야 할 영역’은 더 선명해진다. 기계는 정확하지만, 위로하지는 못한다. 여행자는 여전히 누군가의 미소와 목소리에서 안심을 얻는다.

 

WTTC는 “AI는 효율을 설계하지만, 환대의 감정은 인간만이 완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2035년의 호텔은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 서 있다. 기계의 완벽함과 인간의 불완전함 - 어떤 조합이 진짜 ‘호텔다운 호텔’을 만들 것인가는,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