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2035년의 호텔 로비에서는 이제 '직원'을 찾기 어렵다. 체크인은 셀프로, 룸서비스는 드론이, 고객 응대는 인공지능이 맡는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호텔에 ‘사람의 손길’을 기대한다. 호텔리어는 사라진 걸까, 아니면 다른 형태로 진화한 걸까.
WTTC(세계여행관광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화는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다, 형태를 바꾼다”고 밝혔다. AI는 단순 업무를 대신하지만, 인간은 더 복합적이고 감정적인 일을 담당하게 된다. 호텔리어의 본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 이후, 인간의 자리
AI가 도입된 호텔에서는 이미 업무의 60% 이상이 자동화됐다. 예약, 결제, 객실 관리, 고객 피드백 분석까지 시스템이 처리한다. 그렇다면 남은 40%는 무엇일까?
그 자리는 ‘감정의 설계’다. 고객의 분위기와 취향을 파악하고, AI가 추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과거의 호텔리어가 손님을 맞이했다면, 미래의 호텔리어는 손님의 ‘기분’을 관리한다.
WTTC는 이를 “감성 지능 기반 역할(Emotion-Driven Role)”이라 부른다. 호텔리어는 기술의 사용자가 아니라, 기술이 놓친 인간적 세부를 채우는 해석자가 된다.
기술과 공감의 하이브리드
메리어트는 최근 ‘AI 컨시어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사람이 직접 고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오히려 늘렸다. AI가 데이터 분석과 예약을 처리하는 동안, 직원은 투숙객의 목소리 톤과 표정을 읽어 ‘기분’에 맞는 제안을 한다. 기계의 효율과 인간의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다.
힐튼은 이를 ‘하이브리드 환대(Hybrid Hospitality)’라 부른다. AI가 정확함을, 인간이 따뜻함을 담당한다. 호텔리어의 업무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새로운 직업의 등장
2035년의 호텔은 더 이상 객실을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호텔의 무게 중심은 ‘잠을 자는 공간’에서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이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직업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직군은 ‘고객 경험 디자이너’다. 이들은 단순히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의 서비스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 전후의 모든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한다. 고객의 여정 전체를 데이터로 분석해,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과 호텔의 공간 경험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다른 변화는 ‘AI 트레이너’의 등장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언어와 응대 방식을 조율하며, 기계가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학습시킨다. 한마디로 AI에게 ‘호텔의 말투와 예절’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감성 컨시어지’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고객의 표정, 음성, 체류 패턴 등에서 감정의 변화를 읽어내고, 그에 맞는 음악, 조명, 향기, 서비스를 제안한다. 이들은 데이터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찾아내는 감정 분석가이자, 기술과 감성 사이의 통역자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 직업은 모두 과거 호텔리어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손님을 맞이한다는 본질은 같지만, 그 방식을 지탱하는 도구와 언어는 완전히 달라졌다. 호텔은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함께 ‘경험을 설계’하는 무대가 된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호텔의 중심이다
AI는 효율을 만들지만, 진심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호텔의 존재 이유가 ‘하룻밤의 잠’이 아니라 ‘머무는 경험’이라면, 그 경험의 핵심은 결국 사람의 감정에 있다.
WTTC는 “호텔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어서 오십시오”라는 한마디의 온도는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텔리어의 미래는 소멸이 아니라 변형, 기계와 공존하는 새로운 환대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