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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여행, 미소의 낙원과 불안의 그림자 사이에서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짙은 바다와 산호초가 감싸는 피지. 천천히 흐르는 시간, 웃음이 많은 사람들, 그리고 초록빛 리조트가 이곳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불안한 사회 구조와 늘어나는 범죄, 그리고 기후의 경고가 숨어 있다. 피지는 여전히 낭만의 섬이지만, 그 낭만을 지키기 위해선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 치안과 안전 상황

피지는 외교부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에 속하지만, 범죄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치안이 완전히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주민계와 인도계 주민 간의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고, 정치 불안이 반복되며 일상적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 수도 수바(Suva)와 관광 중심지 나디(Nadi)에서는 외국인 숙소를 노린 절도, 차량 강도, 금품 갈취 사건이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공항 주변에서는 합승 미니버스 기사와 공범이 외국인 승객을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는 사건도 보고됐다. 야간 외출은 삼가고, 이동 시에는 반드시 호텔에서 호출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합승 택시와 무표시 차량은 피해야 하며, 여권·항공권은 복사본을 따로 보관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 정치·사회적 긴장

피지는 2006년 쿠데타 이후 장기 군정 체제를 거쳤으며, 현재는 민정이 복귀했지만 정치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원주민 우대 정책, 인도계 이주민의 경제력, 그리고 빈부격차 확대가 사회적 긴장의 뿌리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경제난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과 생활비 폭등이 겹치면서, 빈곤층이 증가하고 강도·절도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 불안이나 폭력 시위가 잦은 편은 아니지만, 선거 기간이나 정부 정책 발표 직후에는 도심 내 시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군·경찰 진입 지역은 피해야 한다.

 

◇ 문화와 사회적 규범

피지 사람들은 대체로 온화하고 느긋한 성격이지만, 전통 규범과 금기를 지키는 문화가 강하다. 특히 머리를 만지는 행위는 영혼을 훼손한다고 여겨 금기시되며, 어린아이라도 머리를 쓰다듬지 않는 것이 예의다. 전통 마을을 방문할 때는 추장에게 선물(sevusevu)을 준비하고, 노출이 심한 복장은 피해야 한다. 모자를 쓴 채로 마을에 들어가는 것은 결례이며, 전통 음료 양고나(Yaqona)를 마실 때는 마시기 전 한 번, 마신 후 세 번 박수를 치는 것이 관습이다. 공공 해변에서는 음주가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리조트나 호텔 해변에서만 술을 마실 수 있다. 팁 문화는 없지만, 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감사 인사는 중요하다.

 

◇ 여행자 행동 지침

도시 지역에서는 밤늦은 외출을 삼가고, 혼자 걷는 일은 피해야 한다. 거리의 조명이 부족하고, 인적이 드문 골목은 절도와 폭행의 위험이 있다. 이동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호텔에서 호출한 택시를 이용하고, 합승 차량은 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환전은 공식 은행이나 공인 환전소에서만 가능하며, 현금은 한곳에 보관하지 말고 분산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피지는 좌측 통행을 채택하고 있으며, 제한속도는 80km/h를 넘을 수 없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포트홀(도로 함몰) 사고가 잦고, 경찰의 단속도 빈번하다. 운전 시에는 도로 표지와 보행자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917·919·000) 또는 구급차·화재(911)로 연락할 수 있으며, 사건·사고나 구금 상황에서는 즉시 주피지 대한민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건강, 기후 및 기타 유의사항

피지는 열대 해양성 기후로, 11월~3월은 고온다습한 우기이며, 강한 태풍(cyclone)이 자주 발생한다. 4월~10월은 비교적 선선한 건기지만, 간헐적 폭우가 있을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 몇 년 사이 태풍 피해가 심화되고 있어, 여행 전 기상 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돗물은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생수를 이용해야 하며, 열대성 감염병(뎅기열·장티푸스·A형 간염 등)에 대비해 예방접종과 모기 기피제 준비가 필요하다. 공립병원은 무료지만 의료 수준이 낮으며, 응급·치과 진료는 사립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의료비가 비싸므로 여행자보험은 필수다. 전력은 240V / 50Hz, 콘센트는 I형으로 한국과 다르다. 영어가 공용어이지만, 지역에 따라 피지언(Fijian)과 힌두어가 혼용된다.

 

피지는 여전히 ‘태평양의 미소’로 불린다. 그러나 미소 속에는 불안과 빈곤, 그리고 변화의 파도가 함께 숨 쉬고 있다. 태풍의 바람과 사회의 긴장이 교차하는 이 섬에서, 여행자는 느긋함보다 경계를 먼저 배워야 한다. 진짜 낙원은 평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깨어 있는 사람들의 손에 있다. 피지는 낭만의 섬이 아니라, 준비된 여행자만이 안심할 수 있는 남태평양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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