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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오슬로 & 리우데자네이루…이름 따라 도시 여행 ⑳

고요와 열정의 이름, 북쪽의 빛과 남쪽의 리듬이 만나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세상은 언제나 두 개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북쪽에서는 침묵이 언어가 되고, 남쪽에서는 노래가 삶이 된다. 차가운 피오르드의 도시 오슬로와, 뜨거운 대서양의 해안 리우데자네이루는 그 두 리듬의 끝에서 서로를 비춘다.

 

한쪽은 절제 속에서 빛을 찾고, 다른 한쪽은 혼돈 속에서 희열을 만든다. 두 도시의 이름은 각각 ‘신의 초원’과 ‘1월의 강’을 뜻하지만, 그 안에는 같은 질문이 흐른다. 인간은 어떻게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왔는가.

 

 

◇ 오슬로 - 빛의 침묵 속에서 피어난 이름

 

‘오슬로(Oslo)’의 어원은 고대 노르드어 ÁsLo에서 비롯됐다. ‘신의 언덕’ 혹은 ‘초원의 발치’를 뜻하는 이름은 이 도시가 자연의 품을 떠난 적이 없음을 말해준다. 피오르드와 숲, 호수와 눈으로 둘러싸인 오슬로는 북유럽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내면의 평화를 품고 있다.

 

도심은 작고 단정하다. 오페라하우스의 하얀 경사면은 마치 눈 덮인 빙하처럼 바다로 흘러들고, 무구 미술관의 유리벽은 빛을 품은 채 하늘을 비춘다. 오슬로 시민들은 도시를 점유하기보다 풍경 속에 자신을 맞춘다. 도시의 디자인은 자연의 언어를 닮았고, 그 안에서 ‘생활’은 ‘명상’이 된다.

 

겨울에는 해가 짧고 밤이 길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불편함 대신 여유를 배운다. 빛이 귀할수록, 그 가치는 깊어진다. 오슬로의 이름은 결국 ‘비움의 미학’이자, 침묵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인간의 오래된 본능을 닮았다.

 

◇ 리우데자네이루 - 실수로 탄생한 이름, 자유로 완성된 도시

 

1502년 1월, 포르투갈 탐험가 가스파르 드 레무스가 거대한 만(灣)을 ‘강(Rio)’으로 착각하며 붙인 이름 - 그것이 리우데자네이루다. 뜻밖의 오해에서 시작된 이름은, 도시의 본질이 됐다. 리우는 계획된 질서보다 우연의 아름다움으로, 정확함보다 자유로움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해변과 산, 음악과 축제가 이 도시의 구조다. 수르치의 언덕 위 예수상은 팔을 벌려 도시를 감싸고, 코파카바나의 백사장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춤으로 흔들린다. 삼바 카니발의 리듬은 거리마다 번지고, 삶의 고단함조차 흥으로 바꿔내는 사람들의 웃음은 도시의 심장처럼 뛴다.

 

리우의 자유는 현실의 불평등을 잊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음악으로 치유한다. 이 도시의 이름이 실수로 시작됐듯, 삶 또한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리우는 보여준다. 리우데자네이루, ‘1월의 강’은 결국 인간의 희망이 흘러가는 또 하나의 시간이다.

 

 

오슬로의 침묵은 내면을 비추고, 리우의 리듬은 세상을 흔든다. 한 도시는 고요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다른 도시는 혼돈 속에서 삶의 본능을 노래한다. 서로 다른 듯하지만, 두 도시 모두 인간이 자연과 타협하며 얻은 조화의 결과다.

 

도시의 이름은 결국 인간이 세계에 남긴 리듬이다. 북쪽의 빛과 남쪽의 리듬이 만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그것은 고요와 열정이 맞닿은 세계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마지막 이름이다.


이름은 도시의 시작이자 인간의 기억이다. 정복과 신화, 혁신과 꿈, 자연과 생명이 그 이름 속에 녹아 있었다. 우리가 걸었던 도시들은 결국 시대의 거울이자, 인간이 남긴 언어의 흔적이었다.

 

도시는 사라져도 이름은 남는다. 그 이름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건너고, 문화와 문명이 서로를 비춘다. 이 여행의 끝에서, 세계의 모든 이름은 하나의 목소리로 겹쳐진다.

 

그 목소리는 말한다. “이름은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기억하는 한,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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