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미식 동선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전주 한옥마을, 남산타워, 인사동 같은 전통 관광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성수동, 가회동, 명동의 골목길과 동네 카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들이 찾는 목적지는 ‘명소’가 아니라 ‘일상’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는 이런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기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한 업종은 편의점, 카페, 햄버거, 베이커리 순이었다. 그중에서도 로컬 카페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외국인의 로컬 카페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고, 특히 대만(58.5%), 일본(30.0%), 중국(32.0%)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성수동이 전체 외국인 카페 결제의 18.8%를 차지하며 단연 1위였다. 명동(11.2%), 서교동·압구정동(각 8.8%), 가회동(6.3%), 한남동(5.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성수동은 한때 공장지대였지만, 카페와 베이커리, 디자인 편집숍이 들어서며 이제는 ‘로컬 감성의 성지’로 불린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도시 문화와 미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동네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의 핵심은 ‘일상의 체험화’다. 외국인 관광객은 이제 단순히 음식을 먹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공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음료의 디자인과 포장, 매장의 분위기까지 경험한다. 카페 한 잔의 커피가 여행의 일부가 되고, 편의점의 진열대가 콘텐츠의 배경이 된다. 한국의 도시가 가진 속도감, 디자인 감각, 그리고 생활의 미학이 미식과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관광을 만들어내고 있다.
명동의 변화는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한때 외국인 쇼핑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지금은 카페와 디저트 매장으로 풍경이 바뀌었다. 전통적인 면세점 거리 대신, 로컬 브랜드의 카페와 길거리 음식점이 관광객의 발길을 이끈다. 외국인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도심 속 휴식을 즐기고, SNS를 통해 그 경험을 전 세계에 공유한다. ‘관광 명소’가 아니라 ‘체험의 무대’로 변한 것이다.
가회동과 한남동은 또 다른 형태의 로컬 미식을 보여준다. 가회동에서는 전통가옥 한옥을 개조한 티하우스와 디저트 카페가, 한남동에서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브런치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지역 모두 공통적으로 ‘로컬 공간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외국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런 흐름은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관광객의 소비가 특정 명소에 집중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상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카페나 식당, 디저트 브랜드들이 외국인 소비 데이터를 통해 자신들의 고객층을 파악하고, 메뉴를 다국어로 표기하거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자발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생활형 관광’의 확장으로 본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외국인의 소비 패턴이 전통 명소 중심에서 생활권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의 도시와 동네가 곧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관광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로컬’과 ‘일상’이다.
K-푸드가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 한국의 미식 지도는 더 넓어지고, 더 세밀해지고 있다. 한정된 관광 코스에서 벗어나,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은 도시의 골목과 동네로 스며든다. 카페 한 잔, 떡 한 조각, 라면 한 그릇이 그 여정의 좌표가 된다. 그들이 찾아내는 것은 ‘음식의 맛’이 아니라 ‘삶의 풍경’이다.
K-푸드의 진화는 이제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전통에서 출발해 일상으로, 그리고 로컬로. 한국의 일상은 더 이상 내부의 삶이 아니라, 세계가 찾아오는 문화의 장이 되었다. 이제 한국의 거리와 식탁, 그리고 편의점의 불빛까지 - 모두가 K-푸드의 한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