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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기후적응 관광산업의 미래…ESG와 녹색전환이 바꾸는 여행의 가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기후위기가 관광의 풍경을 바꿔놓은 지 오래다. 문제는 이제 ‘적응’이다.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관광산업은 어떻게 체질을 바꿔야 할까. 답은 ESG와 녹색전환에서 찾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보고서 ‘데이터 기반 기후변화에 따른 관광 대응 방안’(2025년 10월)은 관광산업이 앞으로 직면할 구조적 전환을 예고한다. 보고서는 “관광산업의 회복력은 기후 데이터와 녹색 투자, ESG 경영의 결합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녹색전환’이 산업 경쟁력의 기준이 되다

기후위기 시대, 관광의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UNWTO(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산업의 ESG 관련 투자액은 2019년 280억 달러에서 2024년 55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탄소 감축형 숙박시설, 친환경 교통수단, 지역 자원 순환 모델이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변화는 빠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숙박시설은 2022년 140곳에서 2024년 280곳으로 늘었다. 관광공사는 2026년까지 20개 주요 관광거점에 ‘녹색전환형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부터 3년간 지속가능관광 시범사업에 총 650억 원을 투입해, 지역별 탄소저감 인프라와 환경 인증제를 확대하고 있다.

 

대형 호텔과 리조트들은 이미 자체적인 ESG 경영을 강화 중이다. 강릉의 한 해변 리조트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의 40%를 자체 공급하며, 음식물 폐기물 재활용률을 75%까지 높여 국내 관광업계 최초로 ESG경영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 여행사들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이동수단별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저탄소 여행 옵션’을 제공하고, 항공사는 SAF(지속가능항공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30년까지 국제선 연료의 5%를 SAF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데이터와 자본이 만나는 지점

기후데이터와 녹색금융이 결합하면 관광산업의 투자 지도가 달라진다. 기후리스크가 높은 지역은 보험료와 운영비가 상승하고, 탄소저감형 교통망과 친환경 시설을 갖춘 지역은 투자 신용도가 높아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역별 위험도 평가가 향후 관광 인프라 투자와 금융 지원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예컨대, 여름철 집중호우가 잦은 지역은 ‘기후적응형 관광지 전환 지원금’을, 재난 위험이 낮은 지역은 ‘녹색금융 우대금리’ 혜택을 받는 식이다.

 

이러한 모델은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도입되고 있다. 제주도는 탄소중립형 관광시설 조성을 위해 ESG 펀드 200억 원을 조성했고, 전북 남원시는 지역 관광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 경영 컨설팅+저금리 융자’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의 ‘ESG 관광도시’ 선언

지방정부도 녹색전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시내 관광버스 3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관광 기념품 개발 사업을 지원한다. 강원도는 ‘지속가능관광 지원센터’를 설립해 지역 관광사업의 ESG 평가기준을 수립했고, 전남 순천과 제주도는 ‘탄소중립 관광도시’를 선언했다. 이들 지역은 에너지 효율, 자원 순환, 주민 참여를 주요 지표로 삼아 관광을 지역의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재편 중이다.

 

‘녹색여행’이 시장을 바꾸는 속도

소비자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 지속가능관광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탄소를 줄이는 여행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10명 중 7명은 “환경 친화적인 숙소를 우선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편리함’보다 ‘책임감’을 기준으로 여행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ESG가 만드는 새로운 경쟁력

기후적응 관광산업의 본질은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전환의 주도다. 지속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지역이 더 많은 관광객과 투자를 끌어들이고, ESG를 내재화한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얻는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산업의 미래는 ESG와 데이터, 녹색금융이 얼마나 조화롭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환경을 고려한 경영이 곧 브랜드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의 시대, 관광은 더 이상 소비 산업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기술과 책임 있는 투자, 지역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ESG와 녹색전환, 그 두 단어가 앞으로 한국 관광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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