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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여행, 푸른 풍경과 도시의 균열 사이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태평양 연안의 부드러운 바람, 유리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노스쇼어의 설산. 엽서처럼 평온해 보이는 밴쿠버는 세계인의 ‘살고 싶은 도시’로 손꼽히지만, 그 빛의 이면에는 북미 대도시가 가진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여행자가 기대하는 낭만과 현실의 온도 차는, 이 도시를 더욱 복합적인 존재로 만든다.

 

 

치안과 안전 상황

밴쿠버는 캐나다 서부에서도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미 기준의 안정’이지 무방비가 가능한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밴쿠버 경찰은 총기 사건이 특정 지역·특정 조직 간 충돌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리에서 무작정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낮지만, 절도·차량 침입·소매치기는 관광객이 가장 흔히 겪는 범죄다.

 

특히 렌터카는 타깃이 되기 쉽다. 차 안에 보이는 가방 하나 때문에 유리창이 순간적으로 깨지고 물품이 사라지는 ‘스매시 앤 그랩’ 범죄가 매년 꾸준히 보고된다. 갓 내린 커피를 사러 잠시 차에서 내린 사이, 가방이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밤 시간대의 도심 동쪽, 특히 이스트 헤이스팅스(East Hastings)~차이나타운 인근은 홈리스·약물 중독 문제가 집중된 지역으로, 여행자에게 권장되지 않는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폭력·납치는 극히 드물지만, “밴쿠버는 안전하다”라는 도시 이미지에 속아 방심하는 순간 작은 위험이 다가온다.

 

정치·사회적 긴장

밴쿠버는 정치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테러 위험도 낮다. 그러나 이 도시가 겪는 주거비 폭등·노숙자 급증·약물 중독 문제는 여행 중에도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긴장으로 나타난다. 최근 몇 년간 BC주는 마약 중독자 안전소 운영, 주거 대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도심의 일부 구역은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2025년 봄에는 차량이 군중을 덮친 대형 사고가 발생해 ‘밴쿠버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인식을 다시 확인시키기도 했다. 폭력적 도시라고 보긴 어렵지만, 완전한 평온 역시 아니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

밴쿠버 시민들은 개방적이고 친절하다. 하지만 캐나다 특유의 ‘정중함의 규범’은 분명히 존재한다. 줄서는 질서, 공공장소의 조용함, 타인을 배려하는 대화 방식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흡연은 대부분의 공공건물에서 금지돼 있으며 건물 입구 바로 옆에서 피워도 벌금 대상이다.

 

술 구매나 바 출입 시 신분증 제시는 필수며, 한국식 농담으로라도 “죽이겠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촬영도 예외가 아니다. 노숙자·약물 중독자, 사유지·상점 내부 등 민감한 공간은 사전 동의 없이 촬영해서는 안 된다. 이 도시의 배려 문화는 ‘침묵과 존중’을 기본값으로 삼는다.

 

여행자 행동 지침

밴쿠버에서 가장 흔한 위험은 소매치기와 절도다. 카페에서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의자에 올려둔 가방이 사라지는 일, 렌터카 유리창이 깨져 귀중품이 사라지는 일은 매년 반복된다. 외교부 자료에서도 지적했듯이, 호텔 직원 사칭 절도 사례가 종종 있다. 객실 문을 두드리며 “잠시 나갔다 오라”고 말한다면 반드시 호텔 측에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은행계좌 차용 사기는 지금도 존속 중이다. 불량수표 입금 후 출금시키는 방식으로, 낯선 사람에게 계좌 정보를 알려주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본다.

 

대중교통은 안전한 편이지만, 스카이트레인(Eastbound) 일부 시간대는 취객·노숙자가 많아 늦은 밤에는 호텔 추천 택시나 앱 호출 택시가 더 안전하다. 밴쿠버 국제공항 입국 심사도 주의가 필요하다. 입국 목적이 불명확하면 거부되는 사례가 꾸준히 있다. 관광·방문 목적이라면 관련 증빙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건강, 기후 및 기타 유의사항

밴쿠버의 겨울은 비가 많아 체감 추위가 크고, 여름은 건조하지만 최근에는 산불로 인한 대기질 악화가 반복되는 시기가 있다. 특히 7~8월에는 산불 연기로 항공편 지연·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 수준은 높지만 응급실 대기 시간이 길고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여행자보험 가입은 필수다. 의약품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나 항생제는 처방전이 필요하다. 전압은 110V이므로 변환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밴쿠버는 태평양의 빛과 설산의 그림자가 맞부딪히는 도시다. 평온한 자연과 효율적인 도시 인프라가 여행자를 맞이하지만, 그 틈새에는 절도·사회적 불안·도시의 균열이 조용히 숨어 있다. 이 도시를 온전히 보기 위해선 풍경만을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그 이면에 깔린 현실을 읽는 감각이 필요하다. 경계를 잃지 않은 여행자에게만 밴쿠버는 그 고요함과 복잡함이 공존하는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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