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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여행, 초고층의 화려함과 도시의 균열 사이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온타리오 호수와 마주한 토론토는 늘 캐나다의 얼굴로 불렸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도시, 금융·문화·예술이 집약된 거대한 메트로폴리스. 그러나 빛나는 스카이라인 뒤편에는 급변하는 도시가 온몸으로 겪는 긴장과 균열이 숨어 있다. 여행자가 토론토를 바라보는 시선은 늘 두 갈래로 나뉜다. 상징적 도시의 화려함과, 대도시가 피할 수 없는 위험 사이 - 그 사이에서 토론토는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치안과 안전상황…‘안전한 도시’의 이면

토론토는 북미 도시 중에서도 치안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관광객을 직접 겨냥한 살인·납치 사건은 드물고, 도심 전역은 낮에는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이는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대도시 특유의 소매치기·차량털이·환전소 주변 절도는 지금도 가장 흔한 범죄다. 현지에서는 ‘바람잡이 수법’으로 불리는 절도도 반복된다. 환전소를 나서는 여행자를 몰래 뒤따라가, 일부러 바닥에 돈을 떨어뜨려 시선을 돌린 순간 차량 안의 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방식이다. 렌터카 내부에 짐을 두는 것은 금물이며, 호텔 로비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총기 사건은 한국의 감각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범죄조직·나이트클럽·특정 구역에 집중된다. 일반 여행자가 우연히 연루될 확률은 높지 않지만, 토론토가 더 이상 ‘총기와 무관한 도시’가 아니라는 점은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북서쪽의 제인–핀치(Jane–Finch) 구역은 오랫동안 우범 지역으로 분류되며, 킹 스트리트·처치 스트리트 일대의 일부 나이트클럽 주변도 야간에는 접근을 피하는 것이 좋다.

 

정치·사회적 긴장…다양성 속 이름 없는 균열들

토론토는 정치적 안정성과 공공 인프라 면에서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도시다. 전쟁·내란 위험은 사실상 없고, 테러 위협도 높지 않다. 그러나 이 도시는 캐나다에서도 가장 급격하게 인구가 변화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이민자일 정도로 다양성이 높은 도시라는 사실은 장점인 동시에 갈등 요인이 된다. 주거비 상승, 교통 혼잡, 사회적 양극화, 난민 유입 증가 등은 이 도시의 구조적 긴장을 서서히 키우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약물 문제와 노숙인 증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여행자가 체감할 문제는 아니지만, 도시의 분위기에는 분명한 변화가 흐르고 있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예의와 절제가 만드는 도시의 리듬

토론토는 캐나다 특유의 예의·질서 문화가 가장 강조되는 도시다. 공공장소에서는 과한 소음이나 무례한 언행이 금방 눈에 띄고, 실내 금연은 물론 건물 입구 주변에서의 흡연도 불법이다. 술 구매나 바 출입 시 신분증 검사는 기본이며, 폭력적 표현이나 협박성 농담은 실제 신고·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촬영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상점 내부나 사람을 향한 촬영은 반드시 양해를 구해야 하고, 노숙인이나 약물 의존자가 많은 구역에서는 카메라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여행자 행동 지침…이 도시가 원하는 태도는 ‘경계와 질서’

토론토에서 가장 흔한 위험은 절도다. 지하철·공항·호텔·환전소 주변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가방을 발밑에 내려놓는 행동, 택시나 버스에 물건을 두고 내리는 순간은 범죄자에게는 ‘기회’로 읽힌다. 유학생을 노린 은행 계좌 사기는 지금도 발생한다. “급히 송금받아야 한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100% 사기라고 보면 된다. 불량 수표를 입금한 뒤 현금을 빼내는 고전적 방식이지만 한국인을 노린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운전은 한국과 같은 우측통행이지만, 교통법규 위반 시 벌칙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하면 110달러 이상의 범칙금이 바로 부과될 수 있다. 대중교통은 비교적 안전하고 효율적이지만, 밤늦은 시간에는 스토킹·소란·절도 등 소규모 사건이 간혹 발생하므로 늦은 귀갓길에는 택시나 차량 호출 앱을 이용하는 편이 더 안정적이다.

 

건강·의료…“좋지만 느리고 비싸다”라는 캐나다 의료의 특징

토론토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단기 여행자는 OHIP(온타리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응급실 대기 시간은 길고 비용은 매우 높은 편이므로 여행자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경미한 질환은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한 Walk-In Clinic을 이용하면 비교적 편리하다. 항생제 등은 반드시 처방전이 필요하며, 구급차 호출은 유료인 경우가 많다.

 

기후 및 자연재해…극심한 추위와 큰 일교차

토론토는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여름은 습하고 겨울은 혹독하다. 영하 20℃ 아래로 내려가는 날도 적지 않고, 폭설이 내리면 도로·항공편 지연이 잦다. 자연재해는 드물지만, 일교차가 큰 만큼 체온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도시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는 여행

토론토는 세계화된 대도시의 장점을 모두 갖춘 도시이지만, 그 속에는 거대 도시가 피할 수 없는 균열도 함께 존재한다. 화려한 스카이라인, 고급스러운 도심, 다문화의 생동감이 여행자를 맞이하지만 그 뒤편에서 움직이는 위험은 늘 여행자의 시야 바깥에 숨어 있다. 그러나 이 도시의 규칙을 이해하고, 기본적인 경계심을 잃지 않는다면 토론토는 여행자에게 가장 편안하고 세련된 도시 중 하나로 남는다. 빛과 균열 사이에서 토론토를 바라본 사람만이 이 거대한 도시의 진짜 얼굴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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