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외래객의 여행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패키지 투어가 당연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목적지에 도착해 현지에서 모든 소비가 이뤄지는 착지형 관광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인바운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착지형 체계 구축”이라고 지적했다.
착지형 관광은 ‘현지에서 직접 경험을 구매하는 여행’으로 정의된다. 이는 기존 발지형 관광(출발지에서 모든 상품을 구입하는 방식)과 정반대의 구조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환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여행 수요의 결정적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외래객의 상당수가 자유일정 중심의 FIT로 이동했고, 이들은 정보 탐색·예약·결제를 모두 모바일로 처리하며 현지에서 즉시 소비할 수 있는 체험형 상품을 선호한다.
문제는 한국이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한국 지역관광은 콘텐츠는 많지만 연결이 없다”고 지적한다. 체험 사업자, 숙박, 로컬 브랜드, 교통, 여행사가 하나의 상품으로 묶이지 못하고, 해외 수요로 연결되는 유통망도 부재하다. 외래객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 이유가 홍보 부족이 아니라 상품화·유통·운영 체계의 부재라는 분석이다.
착지형 관광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역경제로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구매하는 체험이 많아질수록 경제적 효과는 지역 안에서 순환한다. 로컬 공방, 농장 체험, 마을 운영 프로그램, 동네 식당, 지역 브랜드 등 주체가 다양해지며 주민 참여가 필수적인 구조가 생긴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주도하는 관광 생태계로 전환되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의 성공 사례는 이 구조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가고시마현은 지역한정여행업 제도를 근간으로 소규모 체험 제공자까지 아우르는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공공기관이 여행사·플랫폼·체험 제공자의 허브 역할을 맡고, 민간이 이를 바탕으로 상품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분산형 관광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이유는 착지 중심의 운영 시스템이 지역에 깊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발지형 구조가 강하게 남아 있다. 지역 단위에서 인바운드를 전담하는 여행사도 적고, 체험 공급자를 발굴·교육·상품화할 중간지원조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고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지역 인바운드 전문여행사 지정, 지역 기반 중간지원조직 도입, 체험 공급자-여행사-플랫폼 간 연계 강화를 제시한다. 이는 지역이 독자적인 인바운드 구조를 만들기 위한 핵심 장치라는 판단이다.
착지형 관광은 결국 “여행자는 바뀌었지만, 한국의 지역관광 구조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 관광시장이 체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이 목적지가 아니라 경험의 무대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외래객 분산은 요원하다.
지역 인바운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콘텐츠가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연결돼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다음 편에서는 이 착지형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인 글로벌 체험형 관광 시장의 성장 배경과 수요 변화를 집중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