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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지역 인바운드의 미래⑧…지방 인바운드 생태계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

일곱 개의 조각을 하나로 모으면 비로소 길이 보인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국 인바운드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지방으로의 확산은 여전히 더디다. 지난 일곱 편의 기획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단순하다.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의 구조에 있다. 외래객은 이미 체험 중심의 여행 방식으로 이동했고,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착지형 소비로 재편됐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관광은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 구조, 운영 조직, 정책 기반이 분리된 채 각자 존재하며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 인바운드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를 위해 지역 인바운드 생태계를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의 생활문화·음식·산업을 기반으로 체험을 만드는 공급자, 이 체험을 기획해 상품으로 묶는 전문여행사, 지역 단위의 전략과 브랜드를 조정하는 DMO, 해외 시장과 연결되는 플랫폼과 홍보 채널, 그리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지자체와 국가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해 확인된 지방 인바운드의 병목은 대부분 이 구조가 끊겨 있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공급자는 있으나 유통이 없고, 콘텐츠는 있으나 시장 연결이 부재하고, 전략은 있으나 실행 조직이 없는 구조가 반복된 셈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방향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지역 특화 체험을 발굴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을 지역 내부에서 순환시키고, 이를 플랫폼과 연계하는 디지털 기반을 갖추며, DMO를 중심으로 중간지원조직의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인바운드 전문여행사를 제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마련될 때 지방 인바운드는 서울·부산·제주 중심의 현재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일본 가고시마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지역 단위의 기획과 운영 권한을 보장하는 제도와 공공의 지원 체계는 지방 인바운드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 요소였다. 이 모델은 단순히 ‘성공 사례’가 아니라, 한국이 구조 개편을 논의할 때 참고해야 할 현실적인 기준점으로 제시된다.

 

앞선 편에서 살펴본 서울–지방 연계 전략도 이 흐름 안에서 의미가 커진다. 서울은 해외 수요가 처음 유입되는 관문으로서 지방 관광의 첫 연결점이 된다. 공급자 생태계와 전문여행사, DMO가 지역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서울은 그 구조를 외부 시장과 연결해 주는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지역 인바운드 생태계는 지역 내부의 순환과 서울을 통한 외부 연결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역 인바운드를 산업으로 키우려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누가 체험을 만들고, 누가 이를 상품화하며, 누가 시장과 연결하는가. 이 세 질문에 대한 답이 지역 단위에서 하나의 구조로 이어질 때, 지방 인바운드는 단순한 분산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역 인바운드 생태계는 단일 기관이나 사업으로 구축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자원을 가진 사람, 기획하는 사람, 운영하는 사람, 시장과 연결하는 사람 모두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움직일 때, 비로소 지방 인바운드의 미래가 열린다.

 

이번 기획이 보여준 것은 결국 구조의 문제였다.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지역의 매력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역 인바운드를 하나의 산업으로 움직이게 하는 운영 체계, 즉 생태계 설계의 완성이다. 이 구조가 자리 잡는 순간, 지방 인바운드는 더 이상 ‘서울의 대안’이 아니라 한국 관광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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