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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심층] 미래여행 대전환⑤…지속가능성의 균열

관광이 자연을 삼키는 순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세계 곳곳의 명소들은 관광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그 관광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경제적 성과와 생태적 부담이 충돌하는 모순이 커지는 가운데, 관광의 미래는 환경을 지키는 선택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자연이다. 제주도의 해안 사구, 발리의 산호초, 하와이 해변의 생태계는 늘어난 방문객만큼 빠르게 훼손된다. 땅은 다져지고 바다는 오염된다. 화려한 개발의 뒤편에 남겨진 자연은 그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관광 산업은 성장한다는 이유로 자연을 소비해왔다. 더 많은 숙박시설, 더 넓은 골프장, 더 높은 전망대를 위해 삼림을 베고 해안을 깎았다. 하지만 건설이 낳는 근시안적 이익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가 기후 위기를 가속하면서, 관광 그 자체가 변화의 대상이 됐다.

 

여행자들의 인식에도 균열이 생겼다. 항공 이동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됐고, ‘가벼운 여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이동’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여행객에게는 가격과 편의가 우선한다.

 

정부와 업계는 이 딜레마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정책과 시스템을 바꾸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관광 포함 교통 분야의 탄소 경감을 의무화했고, 프랑스는 단거리 항공 노선을 철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북유럽 항공사들은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사용 비중을 늘리고, 일부 도시는 배출권 연계 관광세를 도입해 비용을 실제 피해에 반영하려 한다.

 

한편 방문 자체를 제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스페인 마요르카섬은 하루 입도객 상한제를 검토 중이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올해부터 단기 관광객에 입장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자연 명소의 ‘정원(定員)’이 설정되는 시대다.

 

그런데 제한이 곧 해결은 아니다. 여행을 금지하면 지역 경제는 타격을 입는다. 현지 주민의 생계가 걸려 있는 곳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생존 간의 갈등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발리에서 쓰레기 처리 부족으로 해변 폐쇄가 반복되는 동안, 외부 자본 중심의 리조트는 영업을 지속하며 수익을 챙겼다. 이익의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단지 ‘환경을 배려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수익을 지역 공동체에 환원하고, 여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하를 최소화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이 함께 살아남고, 미래 세대도 누릴 수 있는 관광을 설계하는 것. 그 과정은 불편하고 더딜 수 있으나 단 한 단계라도 반드시 필요한 변환이다.

 

앞으로의 여행 산업은 환경 부담을 낮추는 선택을 강제받게 된다. 이동은 더 친환경적으로, 체류는 더 지역친화적으로, 소비는 더 의미 있게 재배치될 것이다. 지금이 그 전환의 시점이다. 관광은 자연을 파괴하는 산업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며 공존할 수 있는 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성수기마다 포화 상태에 이르는 자연 명소들,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붕괴되는 관광지들 속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여행이 무엇을 남겼는가. 관광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면, 이제는 그 변화가 지구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의 균열은 분명해졌다. 그 균열을 메우는 책임은 여행자를 비롯해 관광 산업과 정책 결정자 모두에게 있다. 미래의 여행은 단지 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어야 한다.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관광도 생태 전환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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