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태평양 연안의 관문이자 미국 북서부의 대표 도시로 꼽히는 시애틀은, 커피 문화와 기술 산업, 온화한 풍경이 만들어내는 매력 덕분에 매년 수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도시가 준수한 치안 수준을 갖추고 있음에도,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의 특성, 특정 지역에 집중된 노숙·마약 문제 등은 여행자에게 반드시 인지와 대비를 요구한다. 시애틀의 현실은 광범위한 자연과 도시적 정취 사이에서 흔들리며, 여행자의 시선 또한 그 경계 위에 놓이게 된다.
치안과 안전 상황…‘대체로 안전하지만, 야간의 공기는 다르다’
시애틀은 미국 대도시 중 비교적 범죄 발생률이 낮고 도심의 기본 치안도 양호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총기 사고 위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특히 야간 시간이면 다운타운 남쪽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총성 사건이 보고되는 일이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낮 시간대 관광객이 붐비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나 워터프런트 일대는 큰 위험이 없지만, 해가 진 뒤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부랑자와 노숙인이 집중된 파이어니어 스퀘어(Pioneer Square), 레이니어 애비뉴(Rainier Ave) 일대는 폭행·소지품 강탈 등 사건이 반복되는 지역으로, 현지 경찰 또한 야간 출입을 경고한다. 여행자를 겨냥한 조직적 납치나 살인은 드물지만, 가벼운 소매치기부터 신분증 도난까지 소소한 범죄는 여전히 일상 속에 존재한다.
정치·사회적 긴장…안정적인 도시, 그러나 사회문제는 여전하다
시애틀은 전쟁·테러·내란 위험이 거의 없고 정치적 안정성도 높은 도시다. 다만 미국 전체적으로 확산된 홈리스 인구 증가, 마약 중독 문제, 정신질환 문제는 시애틀 또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도심 노숙 문제는 더욱 두드러졌으며, 특정 거리에서의 공격적 행동이나 언어적 위협이 여행자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현지 법령도 엄격해, 가정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고 있으며, 가벼운 위협적 발언조차 신고 대상이 된다. 이는 방문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장난삼아 한 말’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자유로움 속의 명확한 선
시애틀은 미국 도시 가운데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한 곳이다. 그러나 공공질서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금연 규정은 철저하고, 공공장소에서의 소란 행위나 음주 문제도 쉽게 제재 대상이 된다.
또한 간혹 도로에서 개인적 매춘을 가장해 접근하는 사례가 있어, 낯선 여성의 차 탑승 요청에는 절대 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평온하고 개방적인 도시이지만, 그만큼 규범은 명확하다. 도시의 리듬에 맞춰 조용하고 절제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안전한 여행의 기본이 된다.
여행자 행동 지침…준비된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도시
시애틀을 실제로 경험해 보면, 이 도시가 ‘안전하다’는 말이 곧 ‘아무 대비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관광객 밀집 지역이라도 가방을 등 뒤로 메는 순간 순간적인 소지품 절도의 가능성이 생기며, 특정 거리에서는 예상치 못한 위협적 마주침이 여행의 흐름을 깨뜨릴 수 있다. 특히 야간 도보 이동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다운타운은 해가 지고 돌아오는 시간부터 분위기가 급변하며, 버스 또한 30분 간격으로만 운영되는 구간이 많아 이동의 공백이 생긴다.
택시는 도로에서 잡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 예약이 사실상 필수이며, 공유 차량을 활용하는 여행자가 훨씬 많다. 또한 워싱턴주는 해안가와 골프장에서의 사고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된다. 파도에 휩쓸리거나 연못 주변 미끄럼 사고 등이 반복되는 만큼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 구역은 절대 넘지 말아야 한다.
건강, 의료 및 구조 체계 …‘의료비는 고가, 보험은 필수’
시애틀의 의료 서비스는 미국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지만, 비용은 한국인의 기준으로는 상상을 넘어선다. 응급실 기본 진료 500~700달러, MRI 2,000달러, 일반 클리닉 200달러 등 기본 비용만으로도 여행자에게는 부담이 엄청나다. 보험이 없다면 치료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여행 전 여행자 보험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긴급 상황 발생 시에는 911이 기본이며, 한국어 통역이 가능하다. 또한 시애틀총영사관은 비상 연락망을 운영해 여행자 사건·사고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기후 및 기타 유의 사항…비와 바람, 그리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눈
시애틀은 ‘비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잦은 이슬비처럼 가벼운 강수량이 이어지는 해양성 기후에 가깝다. 여름은 맑고 건조해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기지만, 겨울에는 강우가 많고 간혹 강풍이 나무를 쓰러뜨려 지역 정전이 연 2~3회 발생한다. 제설 장비가 충분하지 않아 예상치 못한 폭설에는 도시 전체가 정체되며, 고속도로 교통이 마비되는 사례도 있다. 겨울 여행은 필히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더 남쪽의 화산 지대와 연결된 지리적 특성상, 세인트헬렌스산의 활동 재개 조짐은 시애틀 시민들에게 여전히 관심과 경계의 대상이다.
자연과 도시, 안온함과 위험이 엇갈리는 도시
시애틀은 화창한 여름, 커피 향이 가득한 거리, 푸젯사운드를 품은 경관처럼 도시가 가진 매력을 수없이 드러내는 곳이다. 그러나 도시의 아름다움 뒤에는 노숙 문제, 야간 범죄, 자연재해 취약성 같은 현실적 그늘도 동시에 존재한다.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과도한 경계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이해한 준비’다. 낮의 도시가 주는 여유를 만끽하되, 밤의 공기는 다름을 인정하고 대비한다면, 시애틀은 충분히 풍요롭고 안전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