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중국 광시성 일부 농촌 지역에서 전해지는 ‘쥐 태아 술’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갓 태어난 쥐나 태아 상태의 쥐를 곡주에 담가 숙성시킨 이 술은 흔히 엽기 음식이나 금기 식문화의 사례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 음료는 ‘맛’을 전제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기보다, 생존과 치료의 논리에서 출발한 민간 약주에 가깝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 술은, 한 지역이 자연과 질병에 대응해온 방식이 응축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쥐 태아 술이 전해지는 광시성은 중국 남부의 산악과 농촌 지역이 넓게 분포한 곳이다. 과거 이 지역은 교통이 불편하고 의료 접근성이 낮아, 질병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민간요법이 발달했다. 한약재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동식물을 활용해 약효를 기대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쥐 태아 술도 이런 맥락 속에서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이 술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혈을 보강하며, 허약 체질이나 관절 통증에 효험이 있다는 믿음과 함께 전해졌다. 실제로 쥐 태아 술에 대한 설명은 요리법보다 효능에 집중돼 있다. 언제 마시는지,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맛있다’는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쥐 태아 술은 식문화라기보다 약용 음료에 가깝다.
하지만 이 술이 광시성 전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오해되는 경우는 많다. 현지에서도 이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이미 사라졌거나 노년층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젊은 세대는 물론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위생 문제와 윤리적 거부감 때문에 실제로 마시는 사례는 드물다. 오늘날에는 관광 상품이나 일반 시장에서 유통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 태아 술이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그 외형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병 속에 그대로 드러난 태아의 형상은 ‘무엇을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강하게 던진다. 같은 술이라도 재료가 바뀌는 순간, 그것은 약이 되기도 하고 금기가 되기도 한다. 쥐 태아 술은 이 경계가 문화마다 얼마나 다르게 설정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쥐 태아 술은 오늘날의 중국 식탁을 설명하는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삶이 질병과 환경에 맞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에 가깝다. 이 술을 혐오하거나 충격적으로 소비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태어난 배경을 함께 지워버리기 쉽다. 불편함을 느끼는 감정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그 불편함이 곧바로 조롱이나 단순화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한 모금의 술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음식이라 부르고, 무엇을 금기로 남겨두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정말 보편적인가. 쥐 태아 술은 맛보다 질문이 먼저 남는 음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