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프랑스를 여행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에펠탑 앞에서의 인증샷이나 루브르의 긴 줄을 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 프랑스는 국토 전체를 거대한 ‘자전거 테마파크’로 재설계하고 있다. 유네스코 유산을 관통하는 ‘루아르 아 벨로(Loire à Vélo)’, 대서양의 파도 소리를 듣는 ‘벨로디세(Vélodyssée)’, 몽생미셸의 신비를 향해 달리는 ‘벨로세니(Véloscénie)’까지. 이 길들은 단순한 아스팔트가 아니다. 여행자를 프랑스의 속살 깊숙한 곳, 그들의 식탁과 삶의 현장으로 안내하는 가장 매혹적인 초대장이다.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프랑스 자전거 관광 활성화 정책 추진 현황」, 2025.12.19)는 이 변화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프랑스 정부는 자전거 관광을 단순한 레저가 아닌 ‘국가 핵심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환경부의 5개년 계획과 ‘자전거 관광 국가전략(2030)’은 교통, 경제, 환경을 아우르는 거대한 청사진이다.
주목할 점은 디테일이다. ‘아키유 벨로(Accueil Vélo)’ 인증제도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숙박부터 정비까지 완벽한 환대를 보장한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투르 드 프랑스’가 얹어지며 프랑스는 명실상부한 ‘자전거 관광의 성지’로 브랜딩 되었다. 그들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여행 전문지의 시선에서 볼 때, 프랑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나 기차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관람’이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들이키는 바람과 땀, 우연히 들른 마을에서 맛보는 와인 한 잔은 온전한 ‘체험’이 된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슬로우 투어리즘(Slow Tourism)의 본질이자, 여행의 미래다.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우리에게도 훌륭한 자전거길이 있다. 하지만 이를 ‘관광 자원’으로 엮어내려는 국가적 상상력은 빈곤하다. 도로는 있지만, 그 길 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부재하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프랑스의 전략은 우리에게 훌륭한 교과서다. 한강의 화려한 야경을 넘어, 남도의 붉은 황토밭 사이를 달리는 미식 투어, 제주의 해안선을 따라 바람과 하나 되는 힐링 코스…. 이 모든 풍경이 세계인들에게 ‘K-바이크 투어’라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갈 잠재력은 충분하다.
여행은 결국 길 위에서 완성된다. 프랑스가 자전거로 세계를 잇는 새로운 길을 닦았다면, 이제 한국도 그 길을 따라나서야 한다. 자전거는 단순한 두 바퀴의 탈것이 아니다. 정체된 한국 관광의 혈관을 뚫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미래의 열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