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9 (월)

  • 구름조금동두천 6.8℃
  • 구름조금강릉 11.1℃
  • 연무서울 9.0℃
  • 연무대전 10.9℃
  • 구름조금대구 12.4℃
  • 맑음울산 13.5℃
  • 연무광주 13.2℃
  • 구름조금부산 12.3℃
  • 구름많음고창 11.5℃
  • 맑음제주 16.4℃
  • 맑음강화 7.3℃
  • 구름많음보은 9.0℃
  • 구름많음금산 10.4℃
  • 구름많음강진군 14.7℃
  • 구름조금경주시 13.0℃
  • 구름많음거제 12.7℃
기상청 제공

베트남 여행, 성장하는 관광 산업과 느슨해지는 일상의 경계 사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관광 지형이 확장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하롱베이의 석회암 군도, 하노이의 오래된 호수와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 호치민의 역동적인 도시 풍경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여행자를 끌어당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하롱베이는 여전히 베트남 관광의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호텔과 교통 인프라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베트남은 이미 ‘익숙한 여행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 성장의 이면에는 여행자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현실적인 경계선도 함께 놓여 있다. 베트남은 강력한 경찰 조직을 기반으로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치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개방과 도시 팽창이 가속화되면서 소규모 절도와 소매치기, 관광객 대상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하노이와 하롱베이, 호치민처럼 외국인이 밀집하는 지역에서는 여권과 휴대품 분실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출입국 과정 또한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긴장 지점이다. 베트남은 여권 훼손에 극도로 엄격한 국가다. 여권의 모서리가 찢어지거나 사진이 들뜬 정도의 손상만으로도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 여권 소지자는 무비자로 최대 15일 체류가 가능하지만, 이 조건 역시 왕복 항공권 또는 제3국 행 티켓을 소지해야만 성립한다. 단기 체류라 하더라도 여권 상태와 서류 준비는 여행의 출발선에서부터 점검돼야 한다.

 

베트남의 교통 환경은 여행자의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든다. 오토바이가 도로를 지배하는 풍경은 이미 관광 이미지로 소비되지만, 실제 현장은 질서보다는 혼재에 가깝다. 중앙분리선이 없는 도로 위로 오토바이와 자동차, 자전거가 뒤섞이고, 야간에는 가로등조차 부족한 구간이 많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매달 수천 명에 이른다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여행자에게 직접적인 경고로 작용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외국인의 직접 운전은 위험 부담이 크며, 이동은 가급적 신뢰할 수 있는 택시나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관광객이 흔히 이용하는 씨클로 역시 낮 시간대에는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지만, 야간 이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일부 운전자는 바가지요금을 요구하거나 외진 곳으로 이동해 강도로 돌변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베트남 여행에서 ‘느긋함’은 낮에만 허용되는 미덕에 가깝다.

 

안전 문제는 교통과 범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롱베이에서는 유람선 사고와 수상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고, 오토바이를 빌려 이동하던 여행객의 사망 사고 역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베트남의 관광 상품 상당수는 보험 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간과하기 쉽다. 여행자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에 가깝다.

 

건강 관리 역시 베트남 여행의 또 다른 변수다. 열악한 위생 환경과 열대 기후는 설사병, 장티푸스, 뎅기열, 말라리아와 같은 풍토병 위험을 동반한다. 음식과 물에 대한 주의, 모기 회피를 위한 준비는 여행 일정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밀림 지역이나 외곽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한다.

 

베트남은 여행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관대하지 않다. 관광객 밀집 지역에서의 성매매, 불법 촬영, 질서 위반으로 체포·구금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으며, 구금 상황에서는 현지 법 절차가 우선 적용된다. 이때 대사관은 절차의 공정성을 확인하고 조력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개입이나 특혜는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결국 베트남은 ‘싸고 편한 여행지’라는 이미지 뒤에, 준비 여부에 따라 경험의 결이 크게 갈리는 나라다. 성장하는 관광 산업과 아직 느슨한 사회 안전망이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여행자는 풍경을 감상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경계를 관리해야 한다. 베트남 여행의 완성도는 어디를 갔느냐보다, 얼마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움직였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