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동남아시아 보르네오섬 북부에 자리한 브루나이는 화려한 왕실과 이슬람 신정 국가라는 이중적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나라다.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의 황금 돔이 상징하듯, 브루나이는 겉으로는 매우 평온하고 정제된 풍경을 유지하지만, 그 이면에는 명확하고 엄격한 사회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 여행자는 이 두 세계의 경계 위에서 브루나이를 이해하게 된다.
치안과 안전 상황
브루나이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치안이 매우 안정적인 편에 속한다. 강도나 폭력 범죄는 드물고, 여행자가 범죄 피해를 입는 사례 역시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 다만 관광객이 안심한 틈을 노린 소매치기나 경미한 절도는 발생할 수 있어 기본적인 주의는 필요하다. 전반적으로는 특별한 신변 위협 없이 여행이 가능한 국가로 평가된다.
정치·사회적 긴장
정치적 시위나 내란, 테러 위험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브루나이는 술탄이 국가 원수이자 종교적 권위를 함께 지닌 절대군주국으로, 정치적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이러한 안정성은 강력한 통제와 규율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
브루나이는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으며, 종교 규율은 일상생활 전반에 깊게 스며 있다. 종교나 왕실에 대한 비판은 엄격히 금지되며, 이를 어길 경우 외국인이라도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와 주류 판매는 금지되어 있고, 라마단 기간에는 낮 시간 공공장소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하는 것조차 제한된다. 복장 역시 중요한 요소로,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무례하거나 불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원 방문 시에는 신발을 벗고, 행동 하나하나에 절제가 요구된다.
여행자 행동 지침
브루나이를 여행할 때는 ‘조심’보다는 ‘존중’이 핵심 키워드가 된다. 치안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문화적 규범을 가볍게 여기면 불필요한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낯선 행동이나 과도한 농담, 무심코 던진 말이 오해를 낳을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은 대부분 차량 중심으로 이뤄지며 도로 사정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대중교통은 제한적이어서 렌터카나 택시 이용이 일반적이다.
건강, 기후 및 기타 유의사항
브루나이는 열대기후 지역으로 연중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특별한 자연재해는 드물지만, 무더위와 강한 햇볕에 대비한 준비는 필수다. 의료시설은 국립병원과 사립병원이 있으나, 의료 수준은 한국에 비해 제한적이므로 여행자보험 가입은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 여권 분실 시에는 현지 경찰 신고와 함께 대사관을 통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절차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브루나이는 범죄의 공포보다는 규율의 무게를 먼저 느끼게 하는 나라다. 황금빛 사원과 정돈된 거리, 왕실이 만들어낸 안정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평온은 엄격한 질서와 종교적 규범 위에서 유지된다. 브루나이는 자유로운 배낭여행보다는 준비된 여행자, 그리고 현지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방문객에게만 그 진짜 얼굴을 허락하는 나라다.






